본격적인 여름이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불안한 전력수급에 정부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강도 하계 전력수급 비상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급확대 및 수요감축을 위해 산업체의 협조, 건물 냉방 온도 제한, 국민 절전 등 대책안의 주요 내용들이 지난해와 달라진게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블랙아웃(전력대란)이라는 먹구름이 몰려오는데도 정부는 매년 실효성 없는 전력수급 대책만 반복해서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 여름 최대 전력공급량은 원전 2기(100만kW급) 가동 중단으로 200만kW가 줄어든 7700만kW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8월 둘째주 최대 전력수요량은 7900만㎾로 예측하고 있어 수요가 공급보다 200만㎾를 초과하는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인위적 수요 관리 등 비상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블랙아웃이라는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셈이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달 31일 공급확대 및 수요감축에 골자를 둔 고강도 전력수급 대책을 통해 올 여름 예비전력을 500만㎾ 이상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날“공급확대를 위해 계획정비 중인 100만kW급 한빛(영광) 3호기와 한울(울진) 4호기를 적기에 가동하고, 50만㎾ 상당의 민간자가 상용발전기를 가동하겠다”면서 “동시에 공공기관의 피크시간대 전력사용량을 20% 이상 감축하고, 전력 다소비업체에 대한 절전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발전소 예방 정비 연기 등 200만㎾의 전력을 확보하고, 민간 자가 상용발전기의 최대 가동(50만㎾)을 통해 총 250만kW의 예비전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것. 여기에 이달부터 산업체를 중심으로 절전대책을 통해 400만㎾ 전력수요감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각 7월과 8월초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 한빛 3호기와 한울 4호기의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협조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불확실한 상태다. 만약 이들 원전에 대한 주민들간의 수리가 원활하지 못하고, 원안위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추가 전력 확보는 허공으로 날아갈 수 밖에 없다.
계약전력 5000㎾ 미만인 6만개 사업장에 대해 도입되는 선택형 피크요금제 역시 불확실성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겨울 계약전력 300~3000㎾ 업체들을 대상으로 같은 제도를 실시했으나, 정작 800여곳만 가입해 2%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아울러 계약전력 100㎾ 이상 대형건물 6만8000여개에 대해 냉방온도를 제한하는 대책도 단속할 만한 조직이 없어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선은 전력감축을 위한 정부방침에 최대한 따를 생각”이라면서도 “가뜩이나 엔저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강제절전이 이뤄진다면 전력요금생산 차질과 공장효율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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