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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고> 아동절도, 원인을 찾아야 고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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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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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경찰서 청소년계 경위 이경애

얼마 전 금요일 오후, 20대 여성이 열 살 남짓 여아의 손을 잡고 들어와 의아했는데 잠시 망설이던 그녀로부터 자신은 아동보호소 교사이고 함께 온 아이는 엄마 가출 후 아버지에 의한 성폭행으로 보호 조치된 아동으로 입소 얼마 후부터 교사들 가방에서 돈을 훔쳐 타일러도 보고 야단도 쳐 보았음에도 고쳐지지 않아 마지막 방법으로 경찰서로 데려왔으니 좀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우선 절도로 처벌할 의사가 있는 지를 물어보았는데 교사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므로 대책이 필요할 뿐 처벌 의사는 없다고 말하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경찰서까지 데려왔을까 라는 생각에 그대로 돌려보내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 다음 주 월요일부터 5일간 1시간씩 경찰서로 데려오면 케어해 해보겠다고 답한 뒤 일단, 그날은 아이와 잠시 낯을 익히면서 지금까지 절취한 건수와 금액을 발각된 것이든 아니든 기억나는 대로 빠짐없이 적어 다음번에 올 때까지 제출하도록 하였다

월요일, 숙제를 통해 그 아이가 2년여에 걸쳐 수십 건의 절도행위를 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건 처리 흐름도를 설명하였고 다음날은 훔친 돈을 어디에 사용하였는지 적어오도록 하였는데 대부분 문구류와 간식을 구입하는 등 또래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받고 있는 용돈을 받지 못한 결핍이 절도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만의 쌈짓돈이 절실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었으나 대수롭지 않은 듯 무심한 어조로 “돈이 필요하면 왜 훔칠 생각만 해? 합법적으로 벌어 정당하게 쓰면 되지”라고 말하자 눈이 휘둥그래진 아이는“제가 어떻게 돈을 벌어요?”라고 답하므로 “보호소에서 선생님 안마도 해 드릴 수 있고... 청소나 다른 일을 찾아보면 있지 않겠어?”라고 힌트를 준 후 그날 숙제로 보호소에서 가능한 알바 항목을 교사와 상의하여 적어오도록 하였다. 다음날 아이는 한층 밝아진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생각해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열개 정도 있더라구요” 라고 말했고 우리는 그날 아이가 적어온 알바 항목 당 오백원, 천원씩 임의로 매겨가며 앞으로 떼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벅찬 기쁨을 함께 공유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앞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신용을 쌓아가야만 지속적으로 용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직업 정신을 심어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5일간 계속된 내 상담의 대 장정은 막을 내렸다

이후 그 아이가 스스로 용돈을 벌어가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물론 이 모든 것은 상담내용을 매일 교사에게도 알려 주며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원인 치료를 도외시한 채 경찰 본연의 업무인 감옥(?)에 넣겠다고 윽박지르기만 했다면 이렇듯 좋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아이가 불행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참하고 고운 숙녀로 성장해 나가기를 다시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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