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제도 갑론을박…“공정 경쟁 보장하라” vs “국민 혼란 초래 우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주최한 '공인인증제도, 창조경제에 약인가 독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공인인증서만 사용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사설인증서도 인정해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라.전자서명법의 루트인증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전문적인 제3자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전자서명법은 공인인증서를 강제하지 않는다. 선택해서 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 대다수 국민을 상대로 하는 공공재의 검증을 왜 외국에 맡겨야 하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하는 것이 옳다.”

전자서명법 개정 법률안을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인인증제도, 창조경제에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에서 업계 전문가와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최근 민주당 이종걸·최재천 의원이 발의한 전자서명법 개정 법률안에 대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개정안 찬성 입장 “공정 경쟁, 인증기관도 검증”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발제자로 나서 “개정안은 PKI 기반의 전자인증서의 기술 자체를 논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며 “현재의 공인인증서는 그대로 두고 다른 사설인증서의 사용도 허용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미국·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도 복수의 루트 인증기관을 인정하고 있다”며 “복수의 인증기관이 생겨 인증제도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제도적 독점을 보장할 경우 서비스의 품질이 더욱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전자서명법의 인증기관인 KISA도 제3자의 전문적인 검증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독점으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환경인데 해외 사용자들은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며 공인인증서라는 장벽에 부딪힌다”며 “이는 우리만의 규제 장벽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응휘 오픈넷 이사는 전자서명법 제3조 1항을 설명하며 실질적으로 공인인증서만 법정 인증서로 규정하고 있어 사설 인증서의 사용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설인증서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법적 효력이 없다보니 사용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 반대 입장 “인증기관 난립…국민 혼란 우려”

개정안에 반대하는 측은 사설 인증기관 난립으로 인한 국민 혼란이 초래될 상황을 우려했다.

심원태 KISA 단장은 “사설 인증기관을 인정하는 것이 자유 경쟁처럼 보이지만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며 혼란이 초래될 경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3자는 누구를 말하는 건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것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외국 기관에 의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현재 전자 패드 서명 등을 예로 들며 전자서명법도 공인인증서의 사용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병일 금융결제원 팀장은 “공인인증서는 5월말 기준 개인 2700만장, 법인 290만장 등 약 3000만장이 발급돼 온라인 전자거래에 사용되고 있다”며 “이미 전자거래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이러한 국가 인프라를 붕괴시키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인증 제도는 수출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승근 미래창조과학부 과장은 “현재 전자서명법은 본인확인과 문서의 진본 여부를 가릴 수 있다면 어떤 기술도 인증서로 사용될 수 있다”며 “관리기관인 KISA도 정부와 국회로부터 관리·감독을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