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도란도란> 보금자리주택과 행복주택… 같거나 다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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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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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헐!'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2단지와 3단지 사이를 지나다보면 가로수 사이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하나가 눈길을 끈다. 흰 바탕의 플래카드에는 단 한 글자의 단어가 느낌표와 함께 빨간색으로 인쇄돼 있다.

바로 '헐'이다. 이 감탄사는 '헉'의 다른 말로 강세와 길이에 따라 해석이 약간씩 다르지만, 대체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표현할 때 쓰인다.

그리고 이 플래카드에서는 박근혜정부의 핵심공약인 '행복주택'에 반대하는 목동아파트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정부는 새 임대주택 공급 정책인인 행복주택 프로젝트를 마련, 7개 시범지구를 최근 발표했다. 대상지역은 서울 오류·가좌·공릉·목동·잠실·송파지구와 경기도 안산 고잔지구 등 7개 지구로 총 면적만 48만9000㎡에 달한다.

이 가운데 목동과 잠실, 송파, 노원구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특히 중상류층이 밀집해 있는 목동은 교통대란과 학군 약화,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행복주택 건설 관련 공청회도 이를 반대하는 목동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을 겪었다.

목동 주민들의 반응과 태도는 자칫 '님비현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사실 소셜믹스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 임대주택이 들어선다고 반발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안좋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목동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것은 학습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바로 이전 정부가 펼친 '보금자리주택'의 경험이 행복주택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보금자리주택은 인근 아파트 집값을 떨어트리는 원흉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지역에 나오는 민간 분양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보금자리보다 분양가가 높아 미분양 물량이 쌓여갔다. 집값도 보금자리에 맞춰 하향 평준화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고, 민간 건설사들은 분양아파트 공급을 멈추다시피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기 공격적으로 보금자리주택사업을 펼쳤던 정부도 후반에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지구 지정을 늦추는가 하면 보금자리 공공 분양주택을 대거 줄였다. 정책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고, 시장은 무질서해졌다.

원인을 따지자면 '과욕'에서 찾을 수 있다. 교통문제나 건설업계에 미칠 타격, 개인의 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은 무시한 채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한 것이다.

보금자리로 인한 학습효과는 행복주택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현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행복주택은 보금자리주택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인가. 아니면 보다 철저하게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한 뒤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것인가. 선택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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