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 직후부터 국내 증시와 금융 시장이 요동치자 지난 22~23일 주말에도 불구하고 추경호 1차관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에서도 최근 급락하는 코스피 지수가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이다. 주가는 외국인 주식 매도 등으로 지난 20~21일 이틀 동안 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번 미국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주가하락, 국채금리 상승, 신흥국 통화약세 등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주말 내내 머리를 맞대고 대외경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묘수를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응 방안은 ‘모니터링 강화와 7월 장기채 발행물량 축소’가 전부다.
오히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하 기재부 대외경제 담당부서는 미국경제가 회복 시그널을 보이는 조짐이라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현 부총리와 추경호 차관, 관련 담당부서에서 미국과 중국발 경제쇼크에 대해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미국 경제회복으로 수출확대 등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증권 시장에서는 정부가 현 상황에 대해 단기적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할 경우 시장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최소한 금융부문의 전이는 차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들의 돈줄이 마르면 대중 수출입을 하는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글로벌 증시는 양적완화 조기종료 우려와 중국의 제조업 경기지표 부진 등으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일 주가변동률을 보면 미국과 중국은 전일보다 각각 –2.3%, -2.8% 하락했다. 21일 역시 미국은 전일보다 0.3% 상승했지만 중국은 –0.5% 떨어졌다.
또 미국 국채금리도 연내 자산매입 축소 우려로 상승했고 신흥국 등 통화가치도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외국인 자금유출 등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와 환율이 상승하는 불안요인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유럽 경기침체, 신흥국 성장속도 둔화, 일본 아베노믹스와 관련된 불확실성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버냉키 의장 발언으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유출이 확대되면서 단기적으로 시장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이 미국 경기회복 기조가 지속된다면 연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에 기초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추경호 차관은 “다수 해외 전문기관들도 시장이 미국 경제개선 전망 등 긍정적 측면 보다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더 과민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우리경제는 재정건전성,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외채구조 등 경제기초체질이 다른 신흥국 보다 양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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