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잠원동 한국야쿠르트 대강당에서 열린 아주경제 제4회 소비자 안전 정책 포럼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자동차 급발진이란 정지된 상태나 매우 낮은 속도에서 의도하지 않은 제동력 상실과 예상치 못한 고출력으로 인한 사고를 의미한다.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8월까지 국내 급발진 사고 신고 건수는 366건에 달한다.
김필수 교수는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원인과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급발진의 원인에 대해 “시점·차종·엔진·지역·제조사·운전 조건 등을 프로파일링 기법을 적용해 급발진 사고를 분석한 결과,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진공배력장치가 도입된 1970년대 말 급발진 추정 사고가 급증했다는 점, 이 장치를 도입하지 않은 디젤 차량은 급발진 추정 사고가 미미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내에서 지난해 보고된 급발진 추정 사고의 95%는 가솔린·LPG 차량이었으며, 디젤 차량은 5%에 불과했다.
급발진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계와 정부가 나서 재현 실험을 통한 실증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완성차 업체의 입장에서는 급발진이라는 사안이 치명적일 수 있다”며 “완성차 업체가 꺼려하던 급발진 문제를 수면 위에 올려놨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급발진 현상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실험 환경 조성은 물론 수만 분의 1 확률로 나타날 가능성까지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기술과 발전 속도라면 수년 이내 최종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진정한 자동차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동차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단체의 설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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