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과연 인사동을 방문한 외국인의 만족도는 어떨까? “주로 인사동 거리에서 자유 관람시간은 2시간 내외인데, 그 짧은 시간에 제대로 볼 것이 없다. 사실 한국의 문화명소라고 해서 공연이나 전시 등 많은 볼거리를 기대했지만, 대부분 주변 명동에서도 만나본 화장품이나 옷가게 아니면 흔한 기념품 가게가 많아 실망했다.” 최근 인사동 거리에서 만난 외국 관광객 일행에게서 들은 얘기다.
무엇이 문제일까? 실제 대형 관광버스가 정차하는 남인사마당에서 잠깐만 서 있어도 그 심각성은 더하다. 그나마 가이드들이 권장하는 인사동 체류시간이 외국인의 경우 2~3시간이지만, 국내 관광객의 경우는 대부분 2시간 미만이다. 심지어 1시간으로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 이 시간이면 남인사마당에서 북인사마당까지 큰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호떡 하나 먹을 시간이다. 실제 신발이나 화장품 가게 등 잡화가게 못지않게 호떡과 핫바가게가 성행이다.
정말로 우리 인사동엔 그렇게도 볼거리가 없단 말인가? 전통문화거리를 표방하는 인사동에 ‘한국은 없다’는 볼멘소리가 거세다. 치솟는 임대료를 못 견디고 문화관련 업소는 고층이나 골목 깊숙이 밀려나거나, 다행히 버티는 곳은 궁여지책으로 값싸고 조악한 중국산 관광기념품에 의존해 근근이 버티는 실정이다. 그나마 종로구청의 꾸준한 노력으로 노점상이나 노상적치가 크게 줄어든 것이 다행이다. 또한 ‘인사전통문화보존회’를 중심으로 야간의 ‘달빛음악회’나 낙후된 골목을 ‘꽃길’로 새롭게 단장하는 적극적인 시도가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뜻 있는 몇몇 민간 회사가 모여 아주 흥미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적 명소와 문화체험을 중심으로 퇴색한 인사동의 진면목을 되살리자는 취지의 ‘인사동 문화해설 프로그램-인사누리’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인사누리’는 기본 3~5시간 코스로써, 조선시대 인문과 문화관련 명소는 물론 3ㆍ1운동의 성지를 중심으로 한 1부, 갤러리 방문과 미술가와 만날 수 있는 2부,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3부의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짜여 대기업 직원 연수는 물론 청소년 학생의 현장교육으로도 큰 인기다.
인사동이 ‘전통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지원대상 권장업소로 내세운 사례를 보면 고미술점ㆍ표구점ㆍ필방 및 지업사ㆍ화랑ㆍ공예품점 등이고, 준권장업소로는 전통찻집ㆍ한정식집ㆍ생활한복점ㆍ액자점 등이다. 하지만 현재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가게는 30% 미만일 것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시정개발연구원의 이전 보고서에서 “지난 1997년 ‘차 없는 거리 행사’ 이후 구매력이 높은 40~50대는 점차 사라지고, 20~30대가 인사동 방문객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추세로 야기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인사동의 상권 형성이 실질적인 미술품 수요계층과는 거리가 멀게 되었다는 것이다. 얼핏 겉으로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 다행스럽지만, 그들이 제대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은 너무나 메말라 있다는 얘기다.
이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화융성’의 기치를 내세우며, 청와대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들이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 토양을 만들어 보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대기업인 삼성이 인사동 대성쎌틱 부지를 매입해 건설을 추진하는 호텔 건물 지하엔 1000평 규모의 대형 예술복합컨벤션센터도 함께 들어선다고 한다. 인사동 홍보관이 자리 잡은 공영주차장 부지엔 공연장 중심의 전통문화복합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비록 상처투성이지만, 전통과 현대가 온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곳은 인사동이 대표적이다. 인사동이 무너진다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국가적 문화경쟁력의 미래 역시 기대할 수 없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될 때 더욱 다부진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 한국을 찾는 연간 1200만명의 해외 방문객에게 인사동이 문화홍보대사로서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함께 손잡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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