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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는 박인비. 세계 골프계의 눈과 귀가 그에게 쏠렸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박인비(KB금융그룹)가 골프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8월1∼4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이 그 무대다.
박인비는 올해 열린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3개를 휩쓸었다. 브리티시여자오픈마저 우승하면 그는 세계 남녀 골프를 통틀어 처음으로 ‘한 시즌 메이저대회 4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영원한 아마추어’ 보비 존스(미국)가 1930년에 당시 4개 메이저대회(US오픈 브리티시오픈 US아마추어 브리티시아마추어)에서 연속 우승했으나 지금과 대회가 달랐다.
특히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 개최지는 골프의 발상지여서 박인비가 우승할 경우 그 의미는 더 빛날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 앤드루스GC는 그동안 브리티시오픈을 28회나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박인비가 이 대회에서 대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을 꽤 높게 본다.
영국 도박업체 래드브로크는 박인비의 우승가능성을 5/1로 가장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챔피언 신지애(미래에셋),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최나연(SK텔레콤)은 16/1의 우승가능성으로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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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인트 앤드루스GC 14번홀(파5) 그린 100야드 전방에 있는 '지옥의 벙커'. 선수들은 세컨드샷을 할 때 이 벙커를 의 식해야 한다. |
박인비가 링크스코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것도 그의 우승 가능성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그는 최근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세 대회에서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지난해에는 신지애에 이어 2위를 했다. 루키였던 2007년 이 곳에서 열린 대회에 처음 출전해 공동 11위를 차지했다. 박인비는 “링크스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박인비는 약혼자이자 코치인 남기협씨의 지도아래 낮은 탄도의 구질로 무장했다. 강한 바람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박인비는 또 ‘베스트 래그(lag) 퍼터’ 중 한 사람이다. 먼 거리의 퍼트를 홀에 붙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세인트 앤드루스GC의 그린은 넓다. 두 홀이 한 그린을 공용하는 더블 그린이 7개나 된다. 따라서 ‘온 그린’보다는 ‘누가 먼 거리에서 2퍼트로 홀아웃하느냐’가 스코어의 관건이 되곤 한다.
그 반면 박인비의 우승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엄청난 부담감을 든다. 현대 골프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최초로 메이저대회 4연속 우승에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가 25세 여성에게 중압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일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3연승을 달성한 후 출전한 두 대회에서 공동 14위와 공동 33위를 기록했다. 또 지난주 한국을 닷새간 방문한 것도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짧은 기간이었으나 골프와 동떨어진 일정으로 채워진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박인비가 우승할 경우 ‘그랜드 슬램’으로 부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지난해 미국LPGA에서 ‘에비앙 챔피언십’을 여자골프 제5의 메이저대회로 공포한데 따른 혼선이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그랜드 슬램으로 표현하고, 미국 AP통신은 그 말을 쓰지 않고 있다. 미LPGA투어 커미셔너인 마이크 완은 “대회 마지막날이 돼야 각 매체들이 어떤 용어를 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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