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을 통해 “무역정책실무협의(TPSC), 무역정책검토그룹(TPRG) 및 당사자들과 심도 있는 협의를 거친 결과 수입금지 결정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과 미국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등 다양한 정책적 요소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ITC의 결정이나 분석에 대한 동의나 비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허 보유권자가 법원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를 두고 준사법적 독립기구인 ITC의 권고를 거부한데 따른 부담감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애플은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구형 제품을 계속 미국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이 알려진 뒤 크리스틴 휴젯 애플 대변인은“중요한 사안에서 혁신을 지지한 미 행정부에 박수를 보낸다”며 “삼성전자의 특허 남용은 잘못된 행위”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ITC 최종 판정 거부는 유감”이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의 이번 결정에 대한 분석은 △미국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표준특허 남용 금지에 대한 의지 확인 △정·재계 로비가 주효한 결과 등으로 크게 나뉜다.
오바마 행정부의 표준특허 남용 금지에 대한 의지를 주장하는 측은 마이클 프로먼 USTR 대표의 서한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가 이날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프랜드(FRAND)’를 강조했다. ‘프랜드’는 표준특허 보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특허 사용자에게 사용권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원칙이다.
정·재계의 로비가 작용한 결과라는 측은 최근 미 상원의원 4명이 프로먼 대표에게 서한을 보낸 점을 이유로 든다. 이들은 애플 제품 수입 금지에 대해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통신사인 AT&T도 무역대표부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바마 정부는 줄곧 자유무역주의를 말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거부권 행사로 자국 기업에게는 보호무역주의를 행사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거부권 행사는 지난 1987년 이후 25년간 행정부가 ITC의 권고를 거부한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향후 정치권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