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여론과 언론의 질타를 받을까 몸을 낮추고 을은 기존에 갖지 못했던 우월적 지위를 획득하게 됐기 때문이다. 갑과 을의 위치가 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을의 반란이 횡포로까지 이어지며, 그동안 을과 상생해왔던 갑이 고초를 겪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갑을 관계' 논란이 쟁점화되면서 한 대형마트는 지방에서 한 입점업체 사장의 횡포에 백기를 들었다. 충북 소재 대형마트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매출이 저조해 재계약을 못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는 '갑의 횡포'와 언론사 제보 등을 운운하며 재계약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점포 위치까지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대형마트 점주는 A씨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갑을 논란으로 문제가 불거지면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A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CJ대한통운 사태도 대표적인 을의 반란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배송 불량에 대한 책임을 묻는 페널티 제도를 도입하려 하자 이들은 '갑의 횡포'를 주장하며 파업을 강행했다. 언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갑의 횡포'를 무차별 비난하면서 CJ대한통운은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특히 택배기사들의 무기한 파업으로 영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회사 측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갑의 횡포'가 '을의 횡포'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일부 가맹점주들이 본인의 운영상의 실수를 무조건 본부에 책임을 묻는 경우도 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요구를 안 들어주면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협박도 종종 있다"며 "요즘 같은 시국에 언론에 오르내리면 회사 운영에 문제가 있어 점주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무차별적인 '을의 폭로'와 관련해 지나친 여론몰이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갑의 횡포로 을의 반란이 시작됐지만 어디까지나 상생의 관계에서 그쳐야 한다"며 "여론과 언론을 등에 입은 '을의 횡포'로 이어지면 갑을 논란은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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