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그랜저, 파리바게뜨’ 브랜드 파워 굳건...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주자

-생산성본부, 197개 브랜드 경쟁력 조사...전년比 0.4% ↓<br/>-불황 속 영원한 1위는 없어...고객 니즈, 브랜드경쟁력 성패 좌우<br/>-구매의도 높을 수록 해당 브랜드 경쟁력 ‘쑥쑥’<br/>-내년에는 SUV 등 중형차 구매 상승…무선통신 SK 강세 지속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경기침체라는 불황의 강풍도 브랜드 파워가 높은 기업은 흔들지 못했다. 고객 니즈를 고려한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 강화가 주효한 탓이다.

‘파리바게뜨’‘그랜저’ 브랜드가 대표적. 이들 브랜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각인될 만큼 고객 니즈를 잘 읽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생산성본부는 2013년 국내 56개 산업, 197개 브랜드에 대한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ational Brand Competitiveness Index, 이하 NBCI)를 조사한 결과 67.5점으로 지난해 67.8점에 비해 0.3점(0.4%) 하락했다고 3일 발표했다.

올해엔 경기침체 장기화로 제조업 브랜드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서비스업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또 김치 냉장고 대표 브랜드였던 ‘딤채’가 삼성전자 ‘지펠아삭'에 밀려났는가 하면 맥주시장 단골 1위 브랜드 ‘하이트’는 ‘카스’에 선두자리를 내주는 등 부문별 대표 브랜드의 부침도 심했다.

◆ 국내 56개 산업군 중 제조업 ↓ 서비스업 ↑…장기화된 경기침체 원인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발표에서 총 197개 브랜드 가운데 그랜저, 신라면, 파리바게뜨의 브랜드 파워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비스 산업에서 지난해부터 조사 대상에 편입된 파리바게뜨는 올해도 최고의 성적을 거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산업군별로는 전체 56개 산업군 가운데 15개 산업군의 NBCI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은 태블릿PC, 에어컨, 아파트, 중형 자동차, 김치냉장고 등의 순으로 브랜드 경쟁력이 높게 집계됐으며 서비스군에선 백화점, 멀티플렉스영화관, TV홈쇼핑, 학습지 등이 높은 수준에 분포했다.

하지만 제조업 평균 지수는 전년대비 0.5점 하락했으며 31개 산업 가운데 15개가 하락했다. 상승은 8개에 그쳤으며 나머지 8개는 작년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가 브랜드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많은 산업에서 전년대비 NBCI 점수가 하락했다”며 “특히 1위보다는 2위 이하 브랜드에 경기침체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어 1위와 2위 이하 브랜드 간의 점수 차이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비스업 평균 지수의 경우 25개 산업 가운데 7개가 상승하면서 전년대비 0.1점 올랐지만 IPTV, 초고속인터넷, 생명보험, 베이커리, 렌터카 등 산업은 1, 2위 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양상을 보였다.


◆ 불황 속 영원한 1위는 없어...고객 니즈에 브랜드경쟁력 성패 좌우

올해 NBCI 조사 결과 중 눈에 띄는 점은 영원한 1위는 없다는 점이다.

제조업 부문에선 김치냉장고의 대표 브랜드였던 딤채가 삼성전자 지펠아삭에 밀려 났으며 맥주 부문에선 카스가 하이트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서비스업 부문 편의점 산업에서 CU가, 인터넷서점에선 예스24가 새로운 톱 브랜드로 등극하면서 기존 순위에 변동을 일으켰다.

이는 1위 경쟁이 치열한 산업일수록 고객들의 니즈가 까다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비록 장기화되는 불황에 고객들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선택할지 몰라도 언제든지 이들의 선택이 바뀔 수 있다는 것.

현재와 같이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은 기업의 성과를 축소시키고, 이는 마케팅 예산 및 투자의 축소로 이어져 마케팅 활동 경영 성과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브랜드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을 새롭게 유인하는 것보다 현재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산성본부는 강조했다. 비이용자 평가보다는 이용자 평가의 하락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부문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며, 방치할 경우 브랜드 충성도 하락으로 이어져 순위의 변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 하기보다 현재의 고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활동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고 현명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다만 일부 브랜드의 경우 올해까지 10년 연속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제조업에서는 아반떼와 쏘나타, 래미안, 휘센 등이 10년 연속 1위를, 서비스업에서는 롯데백화점, 삼성생명, 삼성화재, 국민은행, 삼성증권, 올레인터넷 등이 10년째 1위 자리를 지켰다. 자동차 산업군과 가전제품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제품들이 골고루 1위를 지켰다.


◆ 구매의도 높을 수록 해당 브랜드 경쟁력 높아져

대부분의 산업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높을수록 구매의도 점수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산업일수록 해당 브랜드의 경쟁력 높았으며 그에 따른 구매의도도 높았기 때문이다.

태블릿PC의 경우 브랜드 경쟁력과 구매의도 점수 두 항목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이는 태블릿PC라는 제품군 자체가 가지는 이미지가 ‘스마트’를 열망하는 고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기업들이 공격적 마케팅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브랜드경쟁력과 구매의도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형차는 브랜드 경쟁력(66점)은 높았지만 구매의도(63점)가 낮았다. 신차 출시와 활발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은 안정권에 들어섰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차종의 대거 출시로 구매의도 점수는 떨어졌다. 마케팅 활동에 따른 자동차 인지도 및 이미지가 개선된 반면, 가격경쟁력을 갖춘 수입차들로 인해 고객들의 지갑을 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맥주, 생수 그리고 마시는 발효유의 경우 낮은 브랜드경쟁력 대비 다소 높은 구매의도를 보였다. 해당 산업의 제품들이 다른 산업의 제품·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시에 필수재 성격을 띄고 있기 대문이다.

보편적으로 식수를 구매하여 음용하고 있는 생수의 현실상 브랜드경쟁력은 낮다고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의도하지 않게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산업의 특수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데 및 정수기의 경우 브랜드경쟁력 및 구매의도 점수가 모두 63~64점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 2014년 전망은?...SUV 뜨고 무선통신 SK 강세 지속

올해 NBCI 조사대상 가운데 제조업 부문 자동차에서는 현대자동차 브랜드가 모든 부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대형에서 준준형으로 갈수록 순위간 점수 차이가 커지고 있으며 SUV의 선호 현상 또한 강화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영향 및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서 대형보다는 소형 자동차에 대한 구매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자동차 산업은 지속적으로 대형보다는 중형 및 소형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향상될 것으로 판단되며, 소비자의 브랜드경쟁력 평가에 있어서도 중형 자동차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가전에서 전기압력밥솥은 경쟁브랜드의 획기적인 혁신이나 변화가 없다면 쿠쿠의 독주 체제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소가구 및 1인 가구의 니즈에 맞은 생활가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대형 가전 시장뿐만 아니라 소형 가전 제품 시장의 성장이 주목된다는 평가다.

휴대용 전자제품은 삼성전자가 모든 조사 대상 산업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태블릿PC 산업은 갤럭시탭과 아이패드 등 각 브랜드의 새로운 제품 등장으로 순위 및 점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각종 모바일 기기의 빠른 변화 속도에 따라서 따른 업계의 단기적인 브랜드 모니터링이 요구될 것으로 보이며 디자인적인 측면의 차별화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업 중 금융부문에서 은행은 NH농협은행 및 하나은행 등이 약세를 보이며 주춤한 반면, 신한은행은 치고 올라와 2위를 달성했다. KB국민은행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여 2위와 3점 차이로 은행 부문 각 1위를 차지했다.

신용카드의 경우 전년 대비 3점 상승하는 등 금융업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폭의 상승폭을 기록했으나 브랜드 별 활발한 마케팅으로 향후 순위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통신업에서 국제전화서비스와 이동통신서비스에 해당하는 무선통신 부문은 SK의 강세가, 초고속인터넷과 IPTV에 해당하는 유선통신 부문은 KT의 강세가 전년에 이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서비스의 경우 LTE로의 급격한 이동통신 시장 변화에 이어 LTE-A 속도에 대한 우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합상품 구매에 따른 가격 할인 등의 혜택에 따른 상품별 경쟁이 치열해 통합된 브랜드를 이용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유통은 대형 유통채널보다는 소형 및 접근성이 높은 유통채널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축소 및 소가구 확대,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 대량 구매 형태가 소량 구매 형태로 변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 슈퍼마켓 산업에서는 롯데가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형 슈퍼마켓의 경우 소가구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향후 어느 브랜드가 우위를 점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NBCI>

소비자가 인식하는 마케팅활동과 브랜드 인지도, 재구매 성향 등의 연계 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수다. 산업별로 시장점유율을 고려해 3~5개 브랜드를 선정하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서 사용자와 비사용자 11만여명을 개별 면접해 지수를 산출했다. 올해는 제품군 56개 산업·19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