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10월 서울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문화축제 상당수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게 수 천만원에서, 많게 수 십억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들 행사 일부는 너무 빈약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시민들로부터 아예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이 축제의 장
서울시가 외부기관에 용역을 줘 펴낸 '2012 문화예술축제행사 평가연구보고서'를 보면, 작년 서울시에서 46개(직접 추진이나 지원) 축제에 투입한 예산은 약 191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하이서울페스티벌'에 29억여원이 반영돼 전체 살림살이의 15% 가량을 차지했다.
추진 주체별로는 서울시 본부 및 사업소, 출연기관 포함 총 16개 과에서 46개 축제를 열었다. 또 25개 자치구에서 89개, 민간에서는 직장인밴드·와우북페스티벌 등 78개를 선보였다. 여기에 군소 규모의 (순수)민간이나 기타 마을단위의 프로그램을 더하면 약 350~4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축제는 종합적인 성격이나 특정기간 중 또는 홍보·캠페인을 목적으로 열렸다. 또 자치구의 역사적 특성을 반영하거나 단순 즐길거리 위주로 개별·독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커녕 비슷비슷한 내용 탓에 '붕어빵 축제'로 종종 비유되기도 한다.
◆상당수 낙제점 평가
이번 보고서는 18개 축제에 대해 한계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기본평가(100점)에 시민, 전공자, 동호회 등 수용자 의견을 반영(20점)한 종합결과는 평균 C등급(84~73)으로 집계됐다. 척도는 S(120~109), A(108~97), B(96~85), C, D(72~61), E(60이하) 6개로 나뉜다.
120점 만점에 95.3점을 얻은 서울등축제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어 성북진경페스티벌(92.6), 마포나루새우젓축제(91.1), 강동선사문화축제(88.9) 등이 B등급으로 기록됐다. 나머지 9개가 C등급, A등급은 전무했다. 초안산축제(58.4), 노량진수산시장 도심 속 바다축제(56.9), 한가위국악한마당(53.6), 서울약령시한방문화축제(52.1), 한강문학축전(44.0) 5개는 최하위인 E등급의 불명예를 안았다.
평가를 맡은 연구원들은 축제 추진체계와 주체의 잦은 변경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데 공통된 의견을 냈다. 또 축제의 테마를 드러내는 대표적 볼거리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질타했다. 이외 적극적 홍보, 차별적 투자 등을 권고했다.
◆향후 나아갈 방향은
전문가들은 축제의 기획단계부터 평가에 이르는 전반에서 시민들과의 소통채널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시민들이 축제 주체로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로 역할한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여기저기 흩어진 관리시스템을 일원화시켜 통합적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민간이 주도하고 전문가들은 조력하며 관에서 지원하는 민간이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중복되는 내용의 축제는 통·폐합이 요구된다. 이 보고서에 담긴 축제참가 시민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를 보면 2명 중 1명 이상(55%)이 '서울시 축제가 많은 편'이라고 응답, 관객만족도 향상을 위한 질적 성장이 절실했다.
윤성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관에서 예산을 투입해 주도하는 축제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자발적 발전이나 활성화와 거리는 멀어 민간부문 및 시민의 역량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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