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은 지난달 G20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 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EAS까지 세 차례의 다자회의 무대에 나란히 참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APEC 정상회의의 경우 역대로 한·일 정상은 나란히 앉는 게 관례여서 이번에도 옆자리에 앉게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번 다자회의들의 경우 G20 정상회의와 비교해 참석하는 정상의 수가 적기 때문에 경제현안을 주제로라도 일본측과 논의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양 정상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식으로든 약식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G20 정상회의 때도 박 대통령은 업무만찬 직전 리셉션장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잠시 조우해 인사를 나눴다"는 정도로만 상황을 전했다.
결국 이번에도 두 정상간의 양자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역사 인식이나 독도를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탓에 일본 정부도 이번 기회에 양국간 정상회담이 열리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근본적인 태도변화 없이 신뢰를 쌓기 어렵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은 취임 때부터 매우 확고하며, 이 같은 메시지를 수 차례 일본측에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역사·영토문제에서 자꾸 퇴행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도부 때문에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작심 발언'을 한 것도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그분들은 아주 꽃다운 청춘을 다 망치고 지금까지 깊은 상처를 갖고 살아왔는데, 일본이 사과는커녕 계속 그것을 모욕하고 있다고 할 때 할머니들뿐 아니라 국민도 같이 분노하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일본이 그런 데 대해서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고, 또 양국 정상들도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가야지, (지금 일본은) 그건 도외시하고 그것에 대한 아무 성의를 보이지 않고, 그냥 그것에 대해서는 상처에 계속 소금을 뿌리면서 '대화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잘해보자고 했는데, 국민들 상처는 그대로 있는데, 거기에다가 전에도 그랬듯 일본 지도부에서 또 상처 나는 얘기를 회담 후에 다시 던지게 되면 그 회담은 도대체 왜 했느냐"며 "국민의 마음이 아픈 이런 악순환이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번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순방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재회하지 못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영향으로 아시아 순방 일정을 모두 취소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장에서 잠시 대화하는 기회를 가진 바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당초 한ㆍ미 양국은 EAS를 계기로 브루나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며 "우리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 아시아 순방 취소가 불가피한 국내 사정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인 '아ㆍ태 재균형 정책'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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