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샤오린 |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과장하지 않고 이번 한주일동안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회장인 리샤오린(李小琳)의 이름을 100번은 족히 들은 것 같다. 지하철에서, 커피숍에서, 식당에서, 거리에서 중국 인민들은 리샤오린의 이름을 거론하며 분노하고, 허탈해하고, 기가 막혀했다. 기자가 함께 대화를 나눴던 중국인들 중 단 한명도 리샤오린의 편에 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
리샤오린은 최근 비리스캔들에 휘말렸다. 중국의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뇌물수수혐의를 받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게다가 리샤오린의 스캔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리샤오린의 해명이 인민들 가슴에 기름을 끼얹었다.
스위스의 취리히 보험은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국영 보험회사인 신화(新華)보험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였고, 10년후 지분 일부를 팔아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을 거뒀다. 리샤오린은 이 과정에서 뇌물을 받고 취리히보험이 헐값에 주식을 매입하도록 주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억울했는지 리샤오린은 지난 11일 재빨리 중국전력유한공사 홈페이지에 반박성명을 냈다. 보험회사와 교류한 적도, 보험회사 관계자들도 알지 못한며, 소문은 악의적은 중상모략이라는 것.
하지만 리샤오린의 남편인 류즈위안(劉智源)이 과거 신화보험 사장비서로 근무했다는 사실은 단 한번의 바이두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인민들은 리샤오린이 너무 뻔한 거짓말을 너무도 당당하게 했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이에 더해 과거 리샤오린이 했던 발언들을 떠올리며 분노게이지를 높였다.
리샤오린의 비호감 발언은 2007년 언론인터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1961년생인 리샤오린이 43세의 젊은나이에 국영전력회사인 중국전력의 회장에 오른지 2년째 되는 해였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전 사장자리에 43세의 젊은 유학파가 앉은 셈이니, 자연스레 리샤오린의 아버지인 리펑(李鵬) 전 총리의 후광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일었다. 이같은 시선을 두고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내 성공은 나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라면서 “내 스스로의 능력 외의 다른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인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어 리샤오린은 지난해 3월 중국인들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개탄하며 "정부가 모든 인민들을 대상으로 도덕관리파일을 만들어 각자의 도덕성을 평가해 그들 스스로 수치스러움을 알게 해야 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개최된 보아오포럼 청년CEO 원탁회의에서는 “불행하다는 느낌은 비교를 하기 때문”이라며 “비교야말로 불행의 근원”이라고 자신의 행복론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진 자들은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겠지’라는 자조섞인 분노가 터져나왔다.
집권초기 매섭게 정풍운동을 벌이고 있는 태자당의 상징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또다른 태자당의 아이콘인 리샤오린의 스캔들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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