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핀란드 창조경제의 핵심은 신뢰사회 구축이다

  • 장동희 주 핀란드 대사

장동희 주 핀란드 대사

지난 9월 3일, 한때 휴대폰 분야 세계 1위를 구가하며 잘 나가던 노키아가 모바일폰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노키아의 고향인 핀란드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가 술렁거렸다.
장동희 주 핀란드대사

과거 스마트폰 분야의 효시 역할을 하던 블랙베리도 영업부진으로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모토롤라, 소니, 에릭슨, 노키아와 같은 IT·전자분야의 절대적 강자가 하루 아침에 뒷방으로 물러앉는 것을 보고 비즈니스 세계, 특히 IT분야에서 정말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생각과 함께 그 살벌한 경쟁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한때 핀란드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며 핀란드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핀란드 인들은 이러한 위기를 그 특유의 Sisu정신(불굴·끈기 등)과 창조적 마인드로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 노키아는 수년 전부터 사업 부진으로 직원을 감원해 왔는데, 이렇게 노키아에서 해고돼 나온 IT인력들이 핀란드 창조경제의 핵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앵그리버드'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세계를 제패한 '로비오'사이며 이 같은 벤처기업들이 무수히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일례로 'JOLLA'사는 과거 노키아가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고집하다가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을 감안, SAILFISH라는 OS를 개발, 안드로이드와 호환성을 갖춘 새로운 폰을 금년 말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새로운 스마트폰의 예약판매는 일찌감치 완료됐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인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창업회사의 하나인 'CREOIR'사는 고객의 주문에 따른 맞춤형(customized)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창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직원을 4명에서 10명으로 늘렸다는 이 회사는 틈새시장 공략에 확실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같이 핀란드에서는 노키아는 사라져갔지만 또 다른 노키아가 계속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핀란드에서 이러한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훌륭한 창업지원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고 말할 수 있다. 핀란드의 창업지원 시스템으로는 창업자금 지원을 담당하는 핀란드기술혁신지원청(TEKES)을 들 수 있다. 창업 희망자는 우선 TEKES를 방문,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 아이디어로 상의를 하고, TEKES의 자문을 받아가며 사업 타당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시점에서 TEKES에 창업자금 지원을 요청하게 된다. TEKES는 이 신청서를 검토해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나라와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핀란드 창업지원 시스템의 핵심이 있다. 즉, 핀란드에서는 창업지원 신청에서 심사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심사기준은 그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철저하게 따지는 것이지 어떠한 외부 영향이나 사심이 개입할 여지를 두지 않고, 지원이 불가할 경우에는 결과 통보와 함께 미비점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해준다. 신청자는 미비점을 보완하든지 사업을 수정해서 새로 신청할 수도 있다.

또한 TEKES는 매년 말 지원 대상 기업과 지원액을 공개해 전 과정이 공정히 운영된다. 즉, 핀란드에서 창업이 쉽고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은 제도도 제도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통해 창업지원 기관이나 제도가 든든한 국민 신뢰를 받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신뢰사회를 만드는 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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