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구속 중인 최태원 SK 회장이 주도해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한 체질개선에 성공했던 바, 최 회장의 부재 속에도 지금의 호조를 이어갈지가 재계의 또 다른 관심사다.
3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완전히 부활했다.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잇따라 경신하며 SK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거듭났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 3조9330억원, 영업이익 1조1140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데 이어 3분기 매출 4조840억원, 영업이익 1조1640억원으로 다시 종전 기록을 경신하는 등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채권단 관리 속에 적자를 면하기도 어려웠던 기업이 SK그룹에 편입된 지 1년 6개월 만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3분기 28.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삼성전자의 21.1%를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7.3%)과 대만 난야(4.8%) 등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일본과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돼 왔던 반도체 업계 치킨게임이 종료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제품군의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또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와 더불어 SK그룹에 편입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첫해 4조2000억원이 신규투자됐다. SK하이닉스는 이 재원으로 미세공정 생산설비를 갖추고 이를 통해 원가경쟁력도 제고하게 됐다. 또 IBM과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손잡고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개발업체 및 미국의 LAMD를 인수하는 등 장기적인 흑자경영의 초석을 다졌다.
최근 상황은 총수 형제가 모두 구속되고 주력인 에너지 사업마저 업황이 부진해 위기에 처한 SK를 SK하이닉스가 지탱해주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 인수 주체였던 SK텔레콤의 3분기 영업이익은 2926억원으로 SK하이닉스의 4분의 1 수준이며, 또다른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3분기 중 3826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나노 중반급 D램 및 10나노급 낸드플래시 개발을 차질 없이 완료하고 본격적인 양산 준비를 갖췄다”며 “업계 선두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변화된 메모리 산업에서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새 성장축으로 기술력과 글로벌 성장의 퀀텀점프를 이룬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지난해 SK그룹은 제조부문의 수출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약 600억 달러(약 64조원)의 수출을 달성한 바 있다. SK그룹은 나아가 ICT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은 ‘융합과 혁신’을 통한 사업다각화도 하이닉스를 통해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그룹의 성장플랜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컴퍼니를 만들어야 한다. 해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성장전략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최 회장의 글로벌 비전에서 비롯됐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구속 이후 SK의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총수 부재의 타격이 현실화되는 와중에 SK가 하이닉스의 호조를 이어갈 어떤 복안을 짜낼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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