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이 회장은 검찰 수사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2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KT 사옥과 이 회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이 아프리카 출장차 자리를 비운 지난달 31일에는 사옥 외에 전현 비서실장 등 측근들의 사무실과 주거지까지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은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설까지 보도하기도 했지만 KT와 이 회장 측은 이를 강력 부인했다.
이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신을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에 비유하며 사의를 표명하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메일에 “회사를 살리는 것이 저의 의무이기에 회사가 마비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면서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적었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일단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고발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KT가 지하철 광고사업인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스마트애드몰은 지하철 광고권 임대 사업으로, 참여연대는 KT가 적자가 예상되는 이 사업에 재투자한 뒤 계열사로 편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콘텐츠 사업 회사인 OIC랭귀지비주얼의 설립에 참여한 뒤 이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해 회사에 60억원 가까운 손해를 끼쳤으며 사이버MBA를 인수하면서 기존 주가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함으로써 회사에 77억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이 회장이 KT 사옥 39곳 중 28곳을 손자회사인 KT AMC가 모집한 펀드에 감정가의 75% 수준으로 매각해 최대 86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 회장을 배임 혐의로 재차 고발하기도 했다.
이 회장도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르완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KT가 그동안 실시한 인수합병이 실패한 적이 있느냐”면서 “벤처기업은 어느 나라든 인수하면 (수익을 내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배임혐의를 강력히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검찰 수사를 자신의 사퇴 압박 카드로 느껴 사퇴를 결정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전임 이명박 정권의 대표적인 인사 중 한명인 이 회장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 회장이 대통령 방중 중인 지난 6월의 중국 국가주석 주최 만찬이나 지난 8월 대통령의 10대 기업 총수 오찬에 초청받지 못하자 교체설이 증폭되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내 할 일 할 것이다. 세상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 심겠다는 그런 것”이라며 사퇴성을 일축했지만 결국 출장에서 귀국한 다음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이메일에서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여러가지 의혹들, 연봉을 포함한 상상을 초월한 억측으로부터 회사가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제 급여도, 처분이 지극히 제한되는,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급도 한치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밝혀 향후 검찰수사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은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로운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즉각적인 사퇴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새 정부가 최근 드라이브를 걸어온 공기업 수장에 대한 물갈이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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