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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 직원들이 강재에 절단할 모양과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진중공업
아주경제(필리핀 수빅) 채명석 기자 = 한진중공업은 ‘조선 사관학교’로 불린다.
일제 치하인 1937년 부산 영도에 조선중공업으로 설립된 뒤 해방 후에는 대한조선공사로 이름이 바뀌면서 국영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전환됐다가 1989년 한진그룹에 편입된 뒤 한진중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7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으로 대규모 조선소가 생겨나면서,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영도 조선소 주변 다방에는 조선사 인사 담당 직원들이 진을 치며 퇴근 하는 한진중공업 직원들을 스카우트 하기 위해 열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를 비롯해 국내 유수의 조선사들의 성장에는 한진중공업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선 사관학교’라는 영광은 하지만 한진중공업에게는 족쇄가 됐다. 기술에서는 최고였지만 좁은 영도 조선소는 이들이 뛰어다니기에는 너무 좁았다.
이제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를 통해 ‘필리핀 조선 사관학교’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2006년 이후 수빅조선소 교육훈련원을 통해 선박 건조와 관련한 기능훈련을 수료한 현지인들은 총 3만4388명. 수빅조선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지인 직원이 1만8073명(한국인 447명, 루미니아인 50명)인 점을 놓고 보면 절반 이상은 교육 수료후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수빅조선소 기능인력 양성을 위해 마련한 교육훈련원은 한진중공업이 한국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적절히 적용해 필리핀 현지 인력의 기능 기술을 단기간 내에 끌어올렸다. 선박 건조의 핵심인 용접과 도장에 있어서는 중국 신설 조선소 기능 인력에 비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입소문에 퍼지면서 필리핀내 제조업체에서는 한진중공업 교육훈련원 출신 기능공들을 모셔가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한진중공업의 교육 시스템이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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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규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사장(가운데)과 아이들이 지난 5일 카스틸레호스 지역 한진빌리지내에 건립한 학교 기증식에서 지역에 사는 아이들, 학부모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수빅(카스틸레호스)= 채명석 기자
먹을 것이 풍부하고 겨울이 없는 필리핀의 자연조건으로 인해 필리핀 국민들은 욕심이 없고 현재의 삶에 만족해한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새로운 것을 익히고 능력을 키우는 데 관심이 적고 편안한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필리핀 국민들은 돈이 생기면 파티를 즐기고, 월급을 받으면 그날 밤새워 술을 마시고 다음날 결근하는 근로자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수빅조선소는 급여를 2주마다 지급하고 있는데, 미국 헌법을 그대로 들여온 필리핀 노동법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한 번에 많은 돈을 지급하면 파티로 월급을 다 쓰고 며칠씩 결근하는 근로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런 필리핀 인력을 전문 지식을 갖춘 기능공으로 키워내는 것이 수빅조선소의 목표다. 안진규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사장은 “필리핀 근로자들이 수빅조선소에서 오랜 기간 성실히 일해 기술력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보람과 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힘쓰고 있다”며 “장기 근속자에 대해서는 몇 년 단위로 포상하고 능력과 근속년수에 따른 대우도 해주면서 일에 대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북쪽으로 20여km 떨어진 카스틸레호스(Castillejos) 지역에 현지 근로자를 위한 주택단지 ‘한진 빌리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숙련공을 붙잡기 위한 복지정책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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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빌리지 전경. 사진제공= 한진중공업
한진 빌리지는 한진중공업이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해 1000세대에 달하는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주택사업으로 회사가 현지 근로자들의 복지 증진과 주거 안정을 위해 지난 2009년 부지 30만㎡를 매입해 그 1단계로 12만㎡의 부지를 무상 제공한 뒤 주택 1000여 세대를 지어 현지 근로자들에게 분양 공급하는 사업이다. 수빅조선소 근로자라면 누구나 별도의 계약금 없이 시세 대비 60% 수준의 파격적인 분양가와 필리핀 정부의 주택자금대출기관(Pag-big)의 저금리 장기 상환(20~30년)의 특혜를 받아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직원들이 한진중공업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원 복지와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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