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야당은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국회 내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결국 여야 대치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정치 쟁점들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기 보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정부가 짠 내년도 예산안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한편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경제살리기 관련 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의 협조를 구하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도 밝힐 예정이다.
또 최근 유럽 순방과 한·러 정상회담을 포함한 그동안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정부의 대북(對北) 및 외교정책 방향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그리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에 대한 지지와 협조 또한 거듭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정치 현안에 대해 계속 침묵할 경우 여야 대치정국을 대처하는 청와대 정무 기능이 상실할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는데다 시급한 경제활성화 입법과 예산안 처리 등을 안고 있는 연말 정기국회도 진통을 겪으며 국정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도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는 대통령이 입장할 때 일어서지 않는 방안, 연설 도중 일절 박수를 치지 않는 방안, 상복을 뜻하는 검은색 정장에 검은 넥타이나 스카프, 리본을 착용하는 방안 등 각종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2003년 시정연설 때는 연설 도중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고, 퇴장할 때도 야당 의원 대다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박수를 치지도 않았다. 2008년 이 전 대통령 때도 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박수를 치지 않았다.
정부의 해산심판청구에 항의하며 국회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삭발한 채 단식농성 중인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태도도 주목된다. 이들은 지난 14일 국회 사무처로부터 농성 중단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할 때 자연스레 마주칠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 전 대통령 시정연설 때 ‘서민 살리기가 우선입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서 있다가 단체로 퇴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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