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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한·중간 풀뿌리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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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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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광섭 주우한총영사

한광섭 주우한총영사

충청북도 충주의 우륵(于勒) 국악단이 지난 10월 중국 우한시내 친타이(琴臺) 대극원에서 전통음악을 공연했다. 2억6000만명의 중국 중부 4개 성을 대상으로 외교활동을 하는 총영사관이 2010년 개관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대규모 공연에 대해 이곳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연장소는 기원전 500년께 춘추시대 최고의 거문고 연주자 보야(伯牙)가 자신의 우수성을 알아주던 대음악가 중즈치(鍾子期)가 사망하자 악기를 부수고 다시 연주하지 않았다는 배경지로 유명한 친타이였다. 한국의 선율이 시공을 넘어 춘추시대 음악의 고향에 울려퍼진 것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충주와 우한시 공연단이 매년 상호 방문해 주민들의 우정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적인 중국 방문을 지켜본 많은 중부지방 간부들은 한국 최고지도자의 중국 철학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에 놀랐다고 한다. 이제는 양국 지도자뿐 아니라 일반 개인 간에도 진정한 마음에 바탕을 둔 공공외교가 필요한 때다. 양국 정상이 채택한 '미래비전 공동성명' 중 인문유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풀뿌리 교류만큼 좋은 길은 없을 것이다. 비슷한 모습이면서도 다른 소리로 조화를 이뤄내는 한국의 해금과 중국악기 얼후(二胡)의 한·중간 합주를 보며 관객들 얼굴에 나타난 반가운 미소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곳 중남재경정법대학은 부산 동서대학과 함께 2011년 중앙 교육부 허가하에 '한중 국제교육학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학원은 중국 내 최초의 한·중 대학간 공동합작 모델로 앞으로 양국 학술기관간 협력의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국 유학을 다녀온 이 대학 출신 직장인들이 자신의 한류체험을 발표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들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영화제작 시 필요한 영상 콘텐츠와 게임 애니메이션 연구, 한국 유학 시 얻은 성과와 고충에 관해 토론했다. 현재 약 13만명의 양국 유학생들이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상대 국가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만큼 이번 간담회는 양국간 인문교류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후베이성 TV는 CJ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최근 3개월간 '슈퍼스타-K'와 비슷한 '슈퍼스타 차이나(我的中國星)'를 방영해 음악프로그램 시청률 부문에서 중국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40일간 한국에서 훈련시킨 중국인 연출책임자는 한 발 앞서가는 한국의 음악·패션·화장술을 배워 기대 이상의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한류에 심취해 중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150여명의 제작진은 앞으로 양국간 대중문화 교류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밀알이 될 것이다.     

중국 중부지역은 동남부나 동북에 비해 그동안 한국과의 접촉이 적었다. 그러나 중국 고대역사는 '중부·중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기원전 2000년의 갑골문(甲骨文)이 발견된 인쉬(殷墟), 상(商)나라 정저우(鄭州)나 추(楚)나라 징저우(荊州) 등의 후예들을 만날 때마다 지금도 그들의 넘치는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는 한국 지명과 유사한 곳이 많다. 우한을 가로지르는 한장(漢江·한강), 제갈공명 은거지 샹양(襄陽·양양), 추(楚)나라 장링(江陵·강릉), 인쉬(殷墟)의 안양(安陽) 등이 좋은 예다. 이들 양국 동일 지명 간에는 이미 자매도시 관계를 맺고 다양한 우호·협력활동을 하고 있다. 기원전 춘추시대 5개 강대국 중 추(楚), 진(晋)나라가 있었던 중부지역은 중국 역대 왕조 중 가장 오래 지속된 한(漢)왕조 400여년의 탄탄한 기초를 다졌던 한고조 류방(劉邦) 등과 같은 인재들의 고장이며, 지금도 교육지방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한은 약 1000만명 주민 중 교육인구가 약 100만에 달하고, 1911년 신해혁명의 발단이 된 우창(武昌)봉기가 일어나 중화민국 건국의 산실이 됐다. 이처럼 역사적·문화적 유산이 풍부한 중부지역의 주민들과 마음을 주고받다 보면, 한·중관계가 한 차원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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