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리움미술관에서 만난 ‘현대 사진계의 거장’ 히로시 스기모토(64)는 사진가라기보다 교수 같았다.
어떤 질문에도 술술 답이 나왔고 곱씹게 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실제인가 아니면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진이란 대체 무엇인가.' 예술은? '다른 생명체와 인간을 구분하는, 자의식에서 나온 감각'이라며 질문을 압도했다.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말했다.
스기모토는 도쿄 기독교계인 세인트폴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트센터 디자인 칼리지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사진작가를 택한 이유는 "사진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자유로움이 가장 매력"이라고 했다.
"180년밖에 안된 사진은 수천년이나 된 회화와 비교했을 때 역사가 짧은 매체다. 그만큼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스기코토는 자신의 작품을 예를 들었다. "‘헨리 8세’의 경우 홀바인의 16세기 초상화를 토대로 해, 이 시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해졌다. 또 ‘바다’는 고대로 되돌아가는 경험을, ‘번개 치는 들판’은 19세기 과학이 실천되는 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설명했다.
"사진가라기보다 개념미술가에 가까운 것 같다"고 하자 "그렇다. 나는 '헌터 스타일'이 아니다"며 "나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돌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 수백객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서 계속 그것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아이디어에 대해 계속 생각한 다음 확신이 서면 테스트를 하고 작품으로 만든다. 구상 초기에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작업에 대해 말하지 않는 편이다. 구상 기간이 길게는 20~30년이 걸리기도 한다."
오래 곰삭은 생각으로 나온 사진은 일본을 뛰어넘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아서 M 새클러갤러리, 독일 구겐하임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40년 가까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고집해 온 작가다. 사진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핫셀블라드상(2001년)도 받았다.
디지털시대지만 개의치 않는다. 장인적 기술을 고수한다. 19세기 대형카메라와 전통적 인화방식의 흑백사진이 그의 무기다.
찰나를 잡아낸 사진은 은은한 농담이 가득한 수묵화처럼 보인다. 특히 그의 고대의 신비를 쫒은 '바다' 연작은 숭고미를 일깨운다. 시간을 거슬러 보이지 않는 기억을 더듬어 멈춰서게 만든다.
흑백사진만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컬러사진은 쉽다. 화학적인 느낌이 난다"면서 "나는 모노톤 색조의 흑백사진을 통해 진정성 있는 색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5일부터 리움미술관이 올해 마지막 전시로 여는 스기모토의 개인전 타이틀은 '사유하는 사진'전이다. 이 사진전에는 '아날로그 감성의 21세기 사진미학'이라는 부재가 달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작가의 대표적 사진 연작인 '극장'과 제주바다가 있는 '바다풍경'과 조각설치 영상을 포함한 49점을 선보인다. 2006년부터 시작한 '번개 치는 들판'(LightningFields) 연작과 '가속하는 불상'(Accelerated Buddha)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 새롭게 내놓았다.
5년전부터 현대 건축의 거장 렘 쿨하스가 설계한 리움미술관에서 전시를 앞두고 기대가 컸다는 스기모토는 "나 자신이 건축가가 된다는 심정으로, 이 공간을 재설계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꾸몄는데 완성된 전시장은 매우 마음에 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타원형으로 꾸민 바다풍경 연작 전시 공간이 가장 힘을 준 공간이라고 흐뭇해했다.
전시개막일인 5일 곽준영 책임큐레이터와 히로시 스키모토의 강연회가 열린다. 전시는 2014년 3월23일까지.일반 7000원, 초중고생 4000원. 월요일 휴관. (02)2014-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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