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웹툰이든 영화든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죠. 파생 상품을 미리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 중 실패한 작품을 보면 이야기가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엽기토끼의 경우 플래시로 선보인 이야기가 재미있다보니 캐릭터 사업이 자연히 잘된 사례입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더파이브’의 감독이자 웹툰 원작자인 정연식(46) 감독은 콘텐츠의 재미를 강조했다.
웹툰, 소설 등이 OSMU(원 소스 멀티 유즈)의 원천 소스로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제2의 상품을 먼저 생각하다보면 정작 이야기가 재미없어진다는 것이다.
정 감독은 “화려한 겉모습뿐만 아니라 만화도 숨겨진 무엇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모든 이야기는 껍데기만이 아니라 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영 중인 더파이브는 가족을 잃고 불구의 몸이 된 한 여자와 평범한 4명의 동료들의 1명의 연쇄 살인마를 향한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5대 1의 대결. 당연히 5가 이길 것 같지만 빈틈투성이인 5명은 치밀하고 영리한 1명에게 자꾸 당하기만 해 관객을 안타깝게 한다.
원작자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쓰러진 여주인공(김선아)을 향해 “어디, 여자가, 병신이, 혼자서”라는 대사가 나온다.
복수극은 겉옷일 뿐, 가족을 잃고 불구가 된 여자가 세상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려는 의도를 나타내는 부분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 이야기 그리고 싶어”
정 감독은 1994년 영화감독을 꿈꾸며 대학 졸업 뒤 고향 부산을 떠나 상경했다.
시각 디자인 전공인 그는 광고계에 입문했지만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다.
이후 1998년 한 신문사의 만화공모전에서 입선하며 연재 제의를 받았다. 영화감독을 계속 준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세 차례의 교통사고를 당하며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세 번째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더파이브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교통사고를 세 차례나 당하며 철저히 약자가 된 자신을 돌이켜보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전언이다.
이후 더파이브는 웹툰으로 먼저 알려진 뒤 영화로 재탄생했지만 사실 영화 시나리오가 있는 상태에서 웹툰으로 먼저 선보였다.
당시에는 영화화가 쉽지 않았지만 웹툰의 인기를 발판삼아 결국 영화로 탄생했다.
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웹툰에 대해 기회이자 위기라는 입장을 보였다. 출판 시장은 이미 침체됐으며 포털도 언제 사용자들이 등을 돌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한 플랫폼을 떠나 작품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야기가 재미만 있으면 플랫폼이나 파생상품 등을 따지지 않고 독자들이 찾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이후에도 웹툰이든 영화든 기회가 오면 모두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웹툰이든 영화든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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