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 결과가 발표되자 우리나라가 모든 영역의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 BBC는 ‘과연 한국식 교육이 세계 최고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방송은 한국 학생들이 월등한 학업 실력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영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시간 학습의 결과라며 ‘한국식 교육’의 명암을 조명했다.
영국 고교 졸업인증 수학문제를 한국 고교생 6명에게 풀게 했더니 참가자 모두 주어진 시간의 절반도 안돼 문제를 풀었고, 4명이 만점을 받고 2명은 한 문제씩 틀리는 월등한 실력을 보였다.
하지만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새벽 2시까지 공부하는 박모(16)양 사례를 평균적인 한국 고등학생의 일상으로 소개하면서, 지칠 줄 모르는 교육열이 엄청난 학업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4분의 3이 학원에 다닐 정도로 사교육은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돼 10만여개 학원이 성업 중인 사실도 공개했다.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더그블라뎃(SvD)은 ‘호랑이 엄마가 학구열을 부추긴다’는 제목으로 한국 교육을 분석하면서 “국제 순위에서 세계 최고의 학교를 갖고 있지만, 주입식 공부로 학생들이 미래를 꿈꿀 여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일제강점기하에서 고등교육이 금지됐고 2차 세계대전 후 고졸이상 학력자가 국민의 5%에 불과했다면서 ‘한국의 교육 기적’이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수한 학생을 배출한 교육열이 학생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와 따돌림, 그리고 높은 자살률을 낳았다고 부정적인 면도 거론했다.
속칭 ‘엄친아’라는 용어와 함께 한국 엄마들의 거센 치맛바람도 거론했다. 한국 교육 기적의 핵심은 정부의 교육 투자와 교사의 높은 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보수가 좋은 직군이라는 점과 교육열이 높은 ‘호랑이 엄마’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교육 당국이 창의력 향상을 위해 시험방식을 객관식에서 탈피해 주관식 서술형에 30%가량 할애하도록 바꾸었지만, 채점 때면 엄마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도 소개됐다.
그러면서 혁신이 중요해지는 오늘날 한국교육이 제구실을 못한다며, 41%에 이르는 높은 대졸자 실업률과 영어 구사 능력 부족 등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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