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수서발 KTX 운영법인 설립문제와 함께 노조 지도부 체포영장 및 고소고발 등 현안이 산적해 향후 노사교섭이 순조롭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8일째 계속된 철도파업으로 열차 운행률이 70%대로 떨어지면서 성탄절 및 연말연시 열차 이용객 불편이 계속되고 물류단지나 시멘트 공장 등의 수송 차질도 심화되고 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주요 간부에 대한 경찰의 체포작업도 여전하다.
◆대화 외친 철도노조, 조계사 찾은 최연혜
경찰의 추적을 피해 조계사로 향한 철도노조는 정치권과 종교계의 동참을 호소했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직접 조계사를 찾아가 노사 간 대화를 이끌어냈다.
최연혜 사장은 26일 오후 2시쯤 박태만 철도노조 부위원장이 머무는 조계사를 찾아 약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최 사장을 비롯해 코레일 관계자 5명과 박태만 부위원장 등 철도노조 관계자 4명이 함께했다.
최 사장은 "철도 파업이 18일째 지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오후 4시부터 코레일 서울 사옥서 노사 실무교섭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박태만 부위원장도 "노사 간 진정성 있는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파업이 조기 종결되도록 국토부와 국회의 적극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서울 사옥에서 열린 노사 실무교섭에는 코레일에서 김복환 경영본부장 등 3명이 참석했다. 철도노조는 김명환 위원장 등 주요 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돼 이들을 제외하고 김재길 정책실장 등 3명이 자리했다.
노사 간 대화가 이뤄지면서 파업 종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파업이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해가면서 철도노조와 코레일 모두 상당한 피로와 부담감이 누적된 상황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철도노조의 협상 여지가 좁아진 데다 사법당국의 압박도 심해지고 있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타협을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철도파업 사태의 중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철도문제 해결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정 대화의 장 마련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파업 피해 막심…노조간부 여전히 수배 중
노사 대화는 시작됐지만 실무교섭 수준인 데다 현 상황에서 곧바로 타결할 수 있는 안이 사실상 없다는 측면에서 향후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공공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기 위해 공공부문 간 경쟁을 선택한 것이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의 전부"라며 "철도파업은 명분이 없는 것이고 타협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물러설 계획이 없음을 다시 천명했다.
철도파업으로 전국 열차는 여객·화물수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열차 운행은 평시 76.1% 수준인 2263회 운행됐다. KTX가 73%, 새마을호 56%, 무궁화호 61.5%, 수도권 전철 85.7% 수준이다. 화물열차는 30.1%에 그쳤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연말연시 철도대수송 기간과 겹치면서 여행객들의 불편이 커졌다. 코레일 강원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관광열차인 O·V트레인은 파업 첫날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새해를 앞두고 도내 해맞이 열차는 31일 예정된 강릉 정동진(6회), 동해 추암(2회) 운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강릉~동해~삼척을 운행하는 바다 열차 운행 재개도 당초 오는 30일에서 내년 1월 6일로 연기됐다. 비정기 운행하던 태백 눈꽃열차 등 20여편의 관광열차 운행도 파업 이후 운행하지 않고 있다.
파업 4주차인 다음주부터는 필수유지 운행률이 KTX 56.9%, 무궁화호 63%, 새마을호 59.5% 수준으로 줄어 수송차질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코레일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사무영업분야(열차승무원) 280명, 운전분야 380명에 대한 채용을 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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