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원 금융위 상임위원(왼쪽부터), 박대해 기술보증기금 감사, 정송학 캠코 감사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지난해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등으로 곤혹을 치른 금융권이 새해들어 연초부터 현 정부의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주요 요직에 속속 임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각종 부정·비리가 적발되고,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민감한 시기에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감사직에 친 정부 인사들이 대거 선임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출신, 줄줄이 금융권 진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일부 금융공기업의 주요 자리에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이 속속 선임되고 있어 '보은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위 상임위원에 정지원 전 금융서비스국장이 선임됐다.
정 상임위원은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과 감독정책과장을 비롯해 금융위 기업재무개선지원단장, 기획조정관,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지냈다. 금융정책 업무와 관련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해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금융권 경험이 부족한 인사들이 금융공기업 감사에 선임됐다는 사실이다. 최근 기술보증기금은 신임 감사로 박대해 전 국회의원을 선임했다. 박 감사는 부산 연제구청장을 거쳐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친박연대 후보로 나와 당선된 바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한 박 감사는 금융 경력이 전혀 없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임 감사에는 정송학 씨가 임명됐다. 정 감사 역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힌다. 그는 광진구청장을 지낸 후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서울지역협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민감한 시기에 친정부 인사가 감사로
금융지주사와 은행에서 각종 부정·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금융권 수장 상당수가 친 정부 인사들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금융사를 자체 감독해야 할 감사직에도 친 정부 인사들이 배치되는 것은 그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의 간섭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밥그릇 챙겨주기'란 의혹도 받을 수밖에 없다.
기보와 캠코의 감사 선임에 대해 정치권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 측은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 심사 등 정식 절차를 거쳤다지만 다른 후보들은 들러리였던 게 기정 사실 아니겠냐"며 "정부가 측근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의 각종 사건들이 결국 부실한 감사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친 정부 인사들이 감사로 있으면 그만큼 감독당국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낙하산에 이은 관치인사 논란
국민은행에선 신임 감사가 선임된지 불과 10여일 만에 이른바 '모피아 감사'에 의한 관치인사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말 박동순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은 부정·비리 사건 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3일 정병기 전 전국은행연합회 감사가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정 감사위원은 기획재정부 국유재산과장, 감사담당관 등을 거쳐 은행연합회 감사를 역임했다. 관치인사 논란은 13일로 예고됐던 인사발령이 갑자기 연기되면서 불거졌다.
국민은행 노조는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이건호 행장과 면담에서 일부 인사대상자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해 인사가 연기됐다"고 주장했다. 모피아 출신 감사가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은행 측은 "영업점 입·전출자 규모가 크다보니 오류가 발생했을 뿐이고 정 상임감사의 개입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결국 인사는 예정보다 이틀 늦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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