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균_달항아리_철화2014
나는 한중일 아시아 삼국의 도자기를 비교한 유종열(柳宗悅)의 높은 안목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중국의 도자기가 듬직한 형태미에 있고 일본의 도자기가 아기자기한 색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청자이든 백자이든 한국의 도자기가 약간 이지러진 듯싶은 그 가냘픈 선(線)에 있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더구나 한국의 도자기가 왜 그토록 아름다운 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불규칙 가운데 규칙이 있고 미완성 가운데 완성의 흐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 말에 대해서 그리고 “불규칙을 동반하지 않는 규칙은 기계에 지나지 않고 규칙을 간직하지 않는 불규칙은 문란에 지나지 않는다. ”고 덧붙인 말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본의 많은 작품들이 “완성을 지향하고자하는 버릇 때문에 이따금 생기를 잃고 만다”는 자기 반성의 말에 이르러서는 존경심까지 울어난다.
그러나 신경균의 도자기를 보기 전까지는 이러한 말들을 단순한 도자기 공식으로 머리에 익혀 둔 것뿐이라는 사실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도자기의 형과 색과 선이 어떠한 것인지 삼국의 도자기의 특성과 차이를 체감할만한 기회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신경균의 도자기를 대하는 순간 한국의 도자기가 지닌 특성은 단순한 선의 예술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눈을 떴다.
그 도예품에는 이른바 중국적인 형, 일본적인 색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으며 그 통합된 도자기의 예술적 특성 안에서만 한국 특유의 선의 예술이 나온다는 것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한마디로 선은 형과 색과 비교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통합한 뒤에야 얻어지는 결과물이라는 것에 대해서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달 항아리의 허리를 잘라 두 동강을 낸 것 같은 커다란 백자 사발을 한 번 봐주기를 바란다. 그 묵직한 볼륨과 당당한 형태감은 중국도자기의 형을 압도한다. 동시에 찻잔을 보라. 그 오묘한 유약의 흐름에서 배어나오는 색채감 그리고 도자기의 깔끔한 결은 일본인들의 특성이라는 색채 예술을 무색하게 한다. 두말 할 것 없이 전통적인 조선조 백자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자연스럽고 약간 이운 그 도자기의 윤곽선과 그 몸체의 실루엣은 선의 예술이 보여주는 극한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균_발_철화2014
한마디로 신경균의 도자기 문화는 한국도자기는 선이 아니라 형과 색과 선의 모든 아름다움을 어우르고 통합한 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떻게 한 장인의 손에서 여성적인 섬세한 아름다움과 동시에 남성적인 당당한 역동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가. 생물이라면 아마도 양성구유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희귀한 존재감이다.
그런데 신경균의 도자기는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감상을 했다고는 말 할 수 없다. 도자기의 최종적인 미학은 바로 촉각이기 때문이다. 물레(轆轤)의 회전과 손의 감촉에서 태어난 둥근 흙의 형태는 새의 둥지이며 작은 하늘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손과 흙이 접촉할 때 생기는 그 이상의 부드러움도 견고함도 아니다. 달 항아리를 반쪽 낸 것 같은 백자 사발을 잡는 손은 이미 흙의 감촉이 아니라 감전이고 진동하는 교감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아름다움에 더 이상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어떤 것을 구하기 위해 허공을 더듬던 손에 잡힌 달빛인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냥 달빛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우주의 작은 파편이다. 묵직한 중량감을 느끼면서도 도자기를 들고 있는 손은 허공에 떠 있는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신경균_백자달항아리2_2014
■신경균의 그릇전=프랑스 파리 7구에 있는 유네스코, UN 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에서 3월31일부터 4월 4일까지 열린다. 유네스코본부는 창립 이후 세계 각국의 수준 높은 예술품들을 선정해 이들의 전시를 허용하고 있는데 동양의 도자지 작가 가운데는 신경균씨가 처음으로 여는 전시다.파리 전시에 앞서 서울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18일부터 2월8일까지 신경균의 도예전을 펼친다. 달항아리, 다기, 사발, 접시, 잔 등 장안요 신경균의 도자 작품 100여점을 전시한다.(02)738-0738

▲1991 경상남도 기장군 (현 부산시 기장군) 장안에 터를 세움.
▲개인전=1994 일본 히로시마 미츠코시 개인전 <신경균의 이도다완>,2002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개인전, 200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장 전시, 2006 대구 봉산문화회관 개인전. 서울 갤러리현대 두가헌, 갤러리H 초대전, 2008 부산 코리아아트갤러리 개인전, 2009 일본 후쿠오카 에르카라홀 갤러리 부산-후쿠오카 우정 기념 <장안요 신경균전>,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개인전,2011 울산 현대백화점 H갤러리 울산 MBC 초대전, 2014 서울 갤러리아트링크 초대전, 파리 유네스코본부 특별전 (예정)
▲현재 부산 장안에서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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