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촬영의 재미는 AI로 대체 불가" 베이징영화제서 만난 자장커 감독

  • 제15회 베이징국제영화제 18~27일 개막

  • 자장커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볼거리

  • 韓영화 '파과' 등 4편 비경쟁부문 초청

지난 21일 사진배인선 기자
제15회 베이징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일환으로 자장커 감독의 '마스터클래스'가 지난 21일 오후 베이징에서 열렸다.  [사진=배인선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영화를 제작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이 필름의 존재 이유다."

중국 독립영화의 거장 자장커(賈樟柯) 감독이 AI가 현장에서 카메라로 촬영하는 즐거움을 대체할 수 없다며 AI 영화 제작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제15회 베이징국제영화제(BJIFF)를 찾은 자 감독이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관객과의 만남)에서 1시간30분 동안 대담을 나눈 자리에서다.

자 감독은 실제 최근  AIGC(AI 생성 콘텐츠)를 활용해 6분짜리 단편영화 ‘보리 수확(원제:麥收)'을 제작하기도 했다. 영화는 카메라나 배우 없이 100% AI로만 제작됐다.  영화는 도시에 사는 왕리로부터 부모님의 밀 수확을 도와달라는 지령을 받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향 산시성 펀양시 농촌 마을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방향·역방향 촬영 샷은 물론 줌인·줌아웃, 프레임 속도조절까지, 자 감독은 전통 영화기법을 이 AI 영화에서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자 감독은 이날 AI 영화 제작의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AI 영화를 제작할 당시 촬영 배경을 산시성 농촌 마을로 설정하고 싶었지만, AI의 산시성 농촌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탓에 아무리 AI에 명령을 해도 광둥성 마을 밖에 생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항상 데이터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독창성이 부족하다"며"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아무리 새롭다 하더라도 결국엔 기존의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 만큼 새로울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자 감독은  "미래에는 AI를 이용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개인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여전히 카메라로 현장에서 촬영하는 재미는 AI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자장커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 '산하고인(山河故人, 2015년)'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영화 '산하고인'이 올해로 개봉 10주년을 맞았다며 영화의 마지막이 2025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올해 첫눈이 내릴 때 산하고인을 재개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 감독의 첫 멜로 영화이기도 한 산하고인은 1999년 과거, 2014년 오늘 그리고 2025년 미래에 이르기까지 남녀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 감독 특유의 리얼리티 대신, 픽션의 요소를 대폭 강화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영화평론가들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다. 
 
15회 베이징영화제가 18일 베이징 화이러우구 옌치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사진배인선 기자
제15회 베이징영화제가 지난 18일 베이징 화이러우구 옌치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사진=배인선 기자]
한편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베이징국제영화제는 상하이국제영화제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제 중 하나로, 지난 18일부터 열흘간 일정을 소화 중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올해 베이징영화제 작품상인 ‘천단(天壇)상’에는 103개 국가 및 지역에서 1794편의 영화가 출품됐으며, 여기서 선정된 15편이 후보작에 올랐다. 수상 결과는 오는 27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올해 베이징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중국 유명배우 겸 감독인 장원은 "영화 촬영은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과 같다"며 "일반 관객은 마술을 재미로 보지만, 심사위원은 마술을 부리는 사람들로, 영화 뒤에 숨겨진 것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안목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15편 영화의 창작 솜씨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영화제에는 한국 영화 4편도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특히 이혜영·김성철의 킬러 액션으로 화제를 모으는 민규동 감독의 액션 드라마 ‘파과(중국명 破果)’가 베이징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파과'는 이미 베를린, 브뤼셀 등 유명 영화제에 초청돼 주목을 받은 영화다. 

이밖에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0),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1997),  말할 수 없는 비밀'(2025)도 초청돼 영화제 기간에 공식 상영됐다. 

베이징영화제는 지난해에도 한국에서 크게 흥행했던 ‘파묘’를 비롯한 한국 영화 5편을 공식 초청해 상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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