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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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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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만다 리플리 지음 ㅣ부키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미네소타에서 부산으로 온 에릭은 입학이 예정된 대학 1학년 생활을 1년간 미루고 한국 고등학교에서 입시지옥을 절절히 체험한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잠에서 깨어났다. 10분밖에 되지 않는 쉬는 시간은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여학생들은 책상 위에 앉거나 뒤집어 놓은 쓰레기통 위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전화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남학생 몇몇은 연필로 책상을 드럼처럼 때리며 놀았다. 다들 교실이 자기 집 거실이나 되는 것처럼 묘하게 편안해 보였다.
다음 시간은 과학이었다. 다시 한 번 학급의 3분의 1은 잠을 잤다. 거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었다. 수업 시간에 저렇게 맨날 자면서 한국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기록적인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에릭은 선생님이 들고 있던 등긁이의 용도를 알게 됐다. 그건 한국식 자명종이었다."(91쪽)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어떻게 십 대 청소년들이 공부 외에 아무것도, 진짜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 있단 말인가? 에릭이 본 이 기묘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신없이 진행된 경제 성장 기간은 한국 부모들에게 일종의 복권 추첨 같은 기회를 제공했다. 아이가 제일 좋은 중학교에 들어가면 제일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갈 길이 더 쉽게 열리고, 그렇게 되면 제일 좋은 대학교에 들어갈 기회도 주어지는 것이다. 그 후에는 돈을 많이 받거나 존경받는 직업을 구할 수 있어서 가족 전체의 계층 상승이 가능해진다. 명문 대학의 정원과 모두의 선망이 대상이 되는 직장은 한정돼 있다. 복권 추첨은 점점 아동 철인 경기로 변신해 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경기 말이다. 어린이들에게 적용되는 극단적인 실력 위주 시스템은 어른이 되면서 카스트로 굳어진다. 더 많은 대학들이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최고 3개 대학에만 집착했다. … 배움의 동기가 되어야 하는 경쟁이 이제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 버린 것이다."(99쪽)

타임지 교육 전문 기자인 저자가  미국 교육의 현실을 인식한 이후 장장 3년에 걸쳐 치재한 세계 교육 강국 비교 르포르타주다. 전 세계 교육 강국을 직접 방문하고, 400여 명의 교육 관계자를 만나고, 교환학생을 상대로 숱한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실시해 현장감이 넘친다.

 한국, 핀란드, 폴란드 그리고 미국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국내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432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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