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정보유출 피해자 양산하는 금융당국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생계가 달린 분들이 많아요. 당장 저희도 이 인력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입니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로 금융당국이 전화영업을 금지한 다음날, 모 은행 카드 담당자를 만났다. 일단 텔레마케터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 연수를 실시한 상황이나 앞으로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말이었다.

대책 발표 이후 실제로 텔레마케터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대출모집 영업을 담당하는 한 여성 텔레마케터는 "혼자 벌어 자녀들을 먹여살리는데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이라며 "다른 일거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텔레마케터들은 90% 이상이 여성인 데다 평균 연령은 약 33세다. 가정주부의 비중이 가장 크고 취업에 실패한 청년층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가 적지만 나이나 학력의 문턱이 일반 직종에 비해 낮은 편이고 근무 시간도 적어, 이들로부터 직장 선호도는 높다.

다만 이들에게는 실적의 압박이 있다. 텔레마케터들은 감정노동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전화를 걸었을 때 설명을 다 듣고 있는 고객도 적을 뿐더러 매몰차게 전화를 끊거나 항의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심리적으로 이를 버텨내지 못하면 일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 먹고 살기가 절박한 이들이 이 일을 찾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이 전화영업을 금지한 데는 불법 정보 유통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취지에는 공감이 가나 섣부른 대책이 아니었나 싶다. 당국은 금융사에 TM 인력의 고용보장도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사로서도 난감한 일이다. 시중은행의 한 카드 담당자는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떻게 인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대책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교통사고가 났으니 자동차를 금지하는 꼴'이라는 비유가 나온다. 대책은 상황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과연 이번 전화영업 한시중지가 '필요한 대책'이었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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