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 아니라 흥국생명은 수조원에 이르는 자산도 흥국증권 자회사인 흥국자산운용에 운용을 맡긴다.
10일 흥국증권이 금융감독원에 전일 제출한 장단기차입 내역을 보면 이 회사는 2월 27일 및 28일, 3월 10일 각각 400억원짜리 반일물콜(이율 0.70%)을 흥국생명으로부터 빌렸다.
상호출자가 금지된 50여개 대기업집단 금융사끼리 콜을 거래한 사례는 흥국증권ㆍ흥국생명을 빼면 2012년 이후 관련공시 기준 1건도 없다.
흥국증권은 이번뿐 아니라 2012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흥국생명에게서 반일물콜을 차입했다. 현재까지 누적 액수도 5500억원을 넘어선다.
금융사끼리 주로 하루 단위로 자금을 회전시키는 콜은 빌리는 쪽에서 콜머니, 빌려주는 쪽에서는 콜론으로 부른다.
흥국생명은 흥국증권 자회사인 흥국자산운용에도 일감을 주고 있다. 올해 흥국생명이 흥국자산운용에 투자일임한 돈은 총 2조304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3년 말 흥국생명 자산총계(23조1070억원) 대비 10%에 맞먹는 액수다.
흥국생명 덕분에 올린 수익은 작년치 흥국증권ㆍ흥국자산운용 영업이익 가운데 각각 약 30%와 60%를 차지했다.
태광그룹 총수는 흥국증권 및 흥국생명 주식을 각각 69%와 56% 보유하고 있다. 흥국증권이 가진 흥국자산운용 지분은 72%에 이른다.
총수가 20조원을 넘어서는 고객 자산을 가진 흥국생명을 축으로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를 마치 사금고처럼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흥국증권 관계자는 "부족한 당일결제자금을 흥국생명에게서 차입해 충당하고 있다"며 "계열사로부터 콜을 차입하는 것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운용업계 상위권이 아닌 흥국자산운용에 수조원씩 투자일임하는 것은 보험 가입자와 이해관계가 상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흥국증권이 흥국생명에서 수백억원씩 콜을 빌리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금융당국은 위험자산을 다루는 증권업 속성을 감안해 증권사를 콜시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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