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등용의 스포츠 핫있슈] ‘헤드샷’ 후 사과하는 한국야구…동업자정신? 승부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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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2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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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심동섭 [사진=KBS N 스포츠 중계 영상 캡처]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7월 24일 기아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펼쳐진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2-2로 두 팀이 팽팽히 맞선 8회초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기아 투수 심동섭이 던진 146km짜리 빠른 공이 LG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의 머리를 맞혀버린 것. 일명 ‘헤드샷’ 상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시즌부터 투수가 타자의 머리를 맞혔을 경우 자동으로 퇴장당하게 경기 규칙을 변경했다. 이는 타자를 보호하고 선수들 간의 동업자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함이다. 스나이더의 머리를 맞힌 심동섭은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심동섭이 타석에 쓰러져 있는 스나이더를 향해 다가갔다. 보통 투수가 타자에게 다가갈 때는 신경전을 벌이기 위함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아니었다. 심동섭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스나이더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와 함께 그의 상태를 확인한 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경기 후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심동섭의 행동을 칭찬하는 팬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사실 스포츠에서 선수들 간의 매너 있는 동업자 정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팽팽한 승부 의식을 갖는 것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 정신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선수들이 경기를 ‘전쟁’처럼 여기고 ‘투사’의 정신으로 임했을 때 경기의 수준이 올라가고 팬들도 더 뜨겁게 열광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야구 문화는 외국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비단 ‘헤드샷’ 후 사과를 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경기 전 상대팀 벤치로 가 상대팀 선수, 스태프와 인사를 나누고 장난도 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례로 과거에 한 메이저리그 출신 용병선수는 상대팀 선수가 자신의 팀 벤치로 아무렇지 않게 오는 것을 보고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야구 선수들은 유소년 선수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내온 경우가 많다.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한 다리만 건너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게다가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는 적일 수 있지만 넓게 본다면 ‘야구인’이라는 강한 공동체 의식이 있다. 이러한 한국 야구의 환경을 감안한다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메이저리그와의 비교가 애초에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업자 정신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 의식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는 있다.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MLB 최초로 4년 연속 수상한 그레그 매덕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투수는 타자에게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했다. 동업자 정신 못지않게 승부 의식 또한 프로 선수들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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