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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TBC]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지상파도 부럽지 않았던 '비정상회담'에 위기가 닥쳤다.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기미가요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일본 대표 테라다 타쿠야를 대신해 일본배우 다케다 히로미츠가 자리를 채웠다. 이날 다케다 히로미츠가 등장하는 순간 기미가요가 배경음악으로 나왔고, 분노한 시청자는 '역사의식 부재'라는 질타를 쏟아냈다.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통해 두 차례 사과문을 게재한 데 이어 책임프로듀서 경질과 프리랜서 음악감독 교체를 결정했다. IPTV와 P2P 사이트 등 방송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에서는 논란이 된 17회를 모두 삭제해 어느 곳에서도 기미가요가 불린 '비정상회담'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3일 방송에 앞서 다시 한 번 "최종작업에서 기미가요를 세심하게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의 잘못"이라며 "더 철저하고 세심하게 시청자의 마음과 생각을 따르겠다"고 사과했다.
기미가요는 일본 천황의 영원한 통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일본의 국가. 욱일승천기와 더불어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꼽히는 노래가 우리나라에서 흘러나오다니, 그야말로 '비정상적' 선택이었다.
비상하던 '비정상회담'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외국인 청년들이 모여 한국의 문제점들과 이 시대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비정상회담'을 바로 놓치기엔 아쉽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정상회담'이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반성과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민족적 정서를 깊이 헤아리지 못한 잘못이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다양한 국적의 출연진들을 통해 타문화를 존중하고 균형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 기여해 왔던 '비정상회담'이 이미 박혀버린 시청자의 '미운 털'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웃음뿐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질적인 콘텐츠 생산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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