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2016년 병신년(丙申年)에도 우리나라 산업계는 기대보다 우울한 전망이 많다. G3 리스크로 대변되는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둔화, 일본의 엔저와 더불어 저유가 영향이 장기화되며 수출과 내수 모두 올해 전망은 잿빛이다.
일부 업종의 경우 긍정적인 전망도 제시되곤 있으나, 동전의 앞뒤처럼 기대요인과 리스크요인이 상존하면서 무조건 낙관하기는 어렵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경제 전망을 두고,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실업률이라는 환부를 유동성으로 치유한 미국 경제는 꾸준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강세와 이로 인한 대규모 투자자금의 이탈은 취약 신흥국의 외환위기 리스크를 부추기고 있다.
더불어 중국은 그간의 고속성장에서 벗어나 중고속 성장을 뜻하는 신창타이(新常態) 시대 진입을 지표로 확인시켜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러시아와 브라질 등 에너지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신흥국은 유가 하락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즉 선진국 경기개선이라는 긍정적인 환경 이면에는 우리나라와 교역규모가 큰 신흥국의 경기둔화가 자리잡고 있어 수출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2016년 12대 주력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은 올해(-9.4%)에서 내년엔 플러스로 돌아선 0.4%의 증가를 전망했다. 이는 중국의 저성장과 단가하락 영향에도 선진국의 경기 회복과 신제품 출시 확대, 올림픽 특수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험요인은 상존해 있다. 특히 중국의 경기둔화와 더불어 중국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한국과 중국의 주력산업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엔저를 무기로 일본산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게되면서 국내 수출업계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산업 전망을 통해 자동차와 ICT부문은 개선을 전망해 ‘맑음’을, 건설업은 경기 후퇴를 예고하는 ‘흐림’을 예보했다. 아울러 철강과 유화, 조선, 기계업종에 대해서는 불황인 ‘비’를 전망했다.
자동차산업은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지속됨에 따라 수출 확대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폭스바겐 사태로 인한 국내 완성차 업체가 받는 반사이익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내수도 신차효과와 경기 회복 등 영향으로 판매에서 증가세가 예상됐다. 다만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 자동차의 글로벌 점유율 증가는 여전히 우려로 남는다.
ICT산업과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확대를 통한 생산 증가를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한 반면 △경기 불확실성 증가 △해외 업체와의 경쟁 심화 △신성장 품목 부재 등은 리스크로 내다봤다.
전경련이 주최한 2016년 산업전망에서도 전자산업은 북미와 서유럽 등 선진시장의 경기개선에 따라 양호한 수요가 예상된 반면, 신흥시장 침체 및 휴대폰·PC 등 주요 제품의 범용화에 따른 성장 모멘텀 부족이 위기로 지적됐다.
날씨전망이 ‘흐림’으로, 올해보다 성장이 후퇴될 것으로 보이는 건설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축소, 부동산 시장 공급 과다 등으로 수주량 급감이 우려된다는 평가다.
‘비’가 예보된 조선, 철강분야는 우리나라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중인 조선업은 신규 수주 부진, 해양플랜트 발주 위축 등으로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처럼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해양플랜트 시설을 인도 거부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철강업종은 주택 및 조선업종의 경기 후퇴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전경련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철강 산업은 대형기업과 중견기업간 M&A 및 사업부문 조정, 중국발 저가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화와 기계업종에 대해서도 ‘비’를 예보했다. 석유화학산업은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경기둔화 등 리스크로 부진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정유사는 물론 화학업계도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정제설비 및 화학설비 신증설에 따른 자급력 확대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긍정적인 요인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경쟁력이 회복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북미발 셰일가스의 부흥이 기존 전통 석유가격의 하락으로 지연되면서 석유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화학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기계산업은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설비투자 수요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생산 및 수출이 정체되고 수입 감소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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