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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서 자양시로 넘어가는 톨게이트 앞 뿌연 안개 속에 해가 뜬 모습이다. 어쩌다 해가 뜨면 개가 이상하게 여기고 짖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변 산세가 험한 분지인 쓰촨은 안개가 낀 날이 잦고 해가 뜨는 날이 드물다.[사진=이소현 기자]
아주경제(중국 쯔양) 이소현 기자 = 지난해 12월22일 중국 쓰촨성 특유의 안개 낀 날씨속에 오랜만에 해가 쨍쨍하게 뜬 가운데 집무실서 만난 신명기 쓰촨현대 법인장(60)은 ‘안개 속에 뜬 해’ 꼭 그날의 날씨 같은 기운을 줬다.
중국 산업수요 감소로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상용차 시장도 ‘안갯속’이지만, 사람 좋아 보이는 그의 미소에서 현지시장 적응을 끝내고 쨍쨍한 해뜰 날을 기다리는 쓰촨현대의 '기지개'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014년 9월 전반적인 중국 상용차시장 축소로 판매 부진을 겪은 쓰촨현대는 법인장을 교체했다. 신 법인장이 ‘부진을 털어내라’는 특명을 받고 러시아법인(HMMR)에서 쓰촨현대 법인장으로 부임한지 1년 3개월. 부담감은 막중했다. 쓰촨성만해도 한반도 2.2배 규모. 각 성이 ‘나라’처럼 거대한 중국은 단연 어려운 시장이었다.
현대차그룹 품질본부장을 지낸 그는 중국 소수민족 마을 방문은 물론 경쟁사 및 부품회사 관계자 100여명 이상을 만나면서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상용차 시장의 특수성부터 알아야 했다. 신 법인장은 “입사 이후 승용부문만 담당하며 19개국을 돌아다녔지만, 상용차시장은 또다른 세계”라며 “상용차 1대는 승용차 10대 판매 수준이고, 생산면적도 승용차 6~7대 분량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부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중국의 상용차시장만의 특성 파악도 필요했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경쟁사 직원이 신모델 1대를 알리는데 1~2년이 걸린다는 말이 처음엔 무슨 뜻인 줄 몰랐다고 한다. 보통 중국에서 상용차를 출시해 성마다 돌아다니며 발표회를 하는데 1년이 걸리고, 그 모델이 중국 전 지역에 다니게 하려면 2년이 걸린다고 한다. 대륙의 규모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중국 상용차시장은 한번에 많이 싣고 움직여야해 과적차량이 난무하고, 적재하중이라는 게 없다”며 “한국에는 승용차 트레일러에 7~8대를 싣지만, 중국은 차를 개조해 길이를 맘대로 늘려 28대까지 싣는 등 중앙법이 지방까지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국토의 가로 세로가 각각 5000㎞가 넘고 한개의 성 인구도 최대 1억명 이상인 중국 대륙의 상용차들이 딱 떨어진 표준화 대신 동네 ’철공소’ 수준으로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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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쓰촨현대 법인장[사진=이소현 기자]
◆ 中 상용차 시장 워밍업 ‘끝’... 중급 브랜드 론칭‧신차 10종 투입
이런 특수한 중국 상용차 시장에 대한 공부를 끝내고 쓰촨현대는 중급 브랜드와 신차출시 카드를 꺼내들었다. 새로운 앰블럼, 네이밍으로 중급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며 기존 현대 브랜드는 고급 브랜드로, 합작사인 남준기차 브랜드는 저급 브랜드로 유지한다.
올해 중국형 전략 상용차 6종, 친환경 전기버스를 비롯한 버스 4총 등 총 10종 신차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2017년에도 상용차 5종, 버스 5종 등 총 10종 신차를 출시할 계획으로 규모 경쟁에 나선다는 포부다.
신 법인장은 “쓰촨현대는 중국 상용차시장 후발주자로, 그간 현지시장의 텃세에 적응하는 시간이 좀 걸렸다”며 “중국시장에 적합한 트랙터를 내년 4월에 출시하고, 카운티 버스를 전기 버스로 7월 하반기부터 선보여 중국 상용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에는 중형트럭 마이티를 중국 전략형 모델(프로젝트명 QTC)로 4.5t, 5.5t, 7t 등 3종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고객대상 마케팅, SNS 등 홍보를 동부연안은 물론 서부, 북부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번 결정하면 밀어붙이는 현대만의 ‘불도저’ 문화가 중국 상용차시장에 통할지도 주목된다. 신 법인장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해외시장 진출시 3~4년 적자를 볼 것을 각오하는 등 사업을 오래 지켜보는 반면, 현대 사람들은 해외공장을 지으면 당연히 1~2년만에 흑자보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성공신화’에 익숙하다”며 “그게 우리가 갖고 있는 핸디캡이지만, 또 현대만의 (저돌적인) 문화가 상용차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중국시장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라며 기자에게 책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를 선물했다.
책 내용 중 이런 글귀가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중국시장을 우습게보고 덤비는 기업의 흥망도 자명하다. 중국을 결코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보면 볼수록 매력있는 땅이 중국이다. 그냥 매력이 내 손에 들어오는 땅이 아니다”
전 세계 상용차 수요의 45%를 담당하는 매력적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중국 상용차 시장에서 쓰촨현대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뒷이야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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