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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압구정동 거리를 가득 메운 성형외과 간판[사진=유대길 기자]
서울 강남, 압구정동 성형외과는 지금 백화점식 바겐세일이 한창이다. 반값 성형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의원에서 75~90%이상 덤핑 가격의 시술을 선보이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업계 최대 특수인 겨울방학이 끝나가면서 막바지 고객이라도 잡기 위한 몸부림이다.
서울 및 수도권에 15여개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A의원에서는 이달부터 사각턱 보톡스 가격을 3만원대에 시술하고 있다. 국내산 보톡스를 근육에 주사해 사각턱을 축소시켜주는 시술로 졸업이나 웨딩 촬영을 앞두고 수요가 몰린다. 작년(20만원)과 비교하면 가격이 80%이상 저렴해졌다. 윤곽주사·미쿨 등 다른 시술 가격도 3만~5만원대로 낮아지면서 병원 예약율도 30%이상 증가했다. 특히 비타민, 아쿠아필 등을 9900원에 할인해주는 평일에는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강남 신사동 B피부과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산 보톡스의 가격을 2만원대에 시술하고 있다. 미국 엘러간 사의 보톡스도 2년전까지는 30만~50만원대였지만 이 병원에서는 6만원대다. 가격을 90%이상 낮추면서 하루 평균 방문 환자수도 200여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일부 안과병원에서도 200만~300만원 하던 시력교정술 비용을 최근 50만~100만원대로 낮췄다. 가격 인하가 가능한 이유는 강남권에만 90~100곳의 안과가 몰려있어 저가경쟁이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요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 위치한 A안과의 경우 수술비를 30% 낮춘 뒤 예약률이 45%이상 증가했다.
과감한 저가 경쟁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개별 단가는 낮아졌을지 모르지만 시술 부위와 종류를 다양하게 개발해 패키지로 묶어 팔면서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시술을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혹하지 말고 시술을 받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식 이하의 가격 파괴가 의료계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B안과 원장은 "수익률이 떨어지는 만큼 환자를 많이 유치해야하기 때문에 병원이 공장형 안과로 변하고, 이는 수술후 부작용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수술비로 수익이 남지 않으니까 불필요한 검사를 늘리는 것도 장기적으로 환자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 공장형 안과 - 철저하게 분업화 된 수익형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병원.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시술하기 위해 검안 의사, 수술 의사, 수술 후 관리 의사가 따로 분리돼 운영된다. 전담 의사와 간호사가 없어 환자의 체계적인 수술과 관리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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