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중동 관광객들이 국내 화장품 중 향수 제품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대한화장품협회가 발표한 코스메틱 리포트 자료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해 향수 시장 규모가 22억 달러(약 2조6213억원) 수준에 달했다. 매년 향수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2020년에는 46억 달러(약 5조4809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사우디인들은 오리엔탈 향수와 에센셜 오일에 매달 평균 700달러(약 83만원)를, 서구식 향수 및 화장품에 평균 500달러(약 60만원)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중동지역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향수, 특히 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 현상으로 향수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스페인 향수 회사인 유로프래건스의 경우 272만 달러(약 32억4000만원)를 투자해 두바이에 별도의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측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중동에서는 향수가 '의복 문화'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만큼 일상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동지역 소비자들은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 공략의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국내 화장품 업계도 발빠르게 향수 시장 선점에 나섰다. 분위기도 좋다. 향수 전문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향수 전문점을 인수하거나 향수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향수 시장 키우기에 적극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을 인수해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단독 매장을 추가로 여는 등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만든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벨먼을 통해 꾸준히 신제품을 발매하며 향수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다.
로드숍도 마찬가지다. 토니모리는 글로벌 향료 회사 지보단이 제작한 '르 빠 라 프랑스'를, 에뛰드하우스는 '컬러풀 센트 오 드 퍼퓸'을 내놓으며 향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인 소비자에 치중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명동과 동대문 인근 화장품 매장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매장에선 "방문객 중 중국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고용하는 있다"면서도 "중동 관광객을 위해 아랍어 안내문을 만드는 등의 특별한 판촉활동을 펼친 적은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국내 향수 매장에선 "국내에서 인지도를 알리는데 치중하고 있고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 시장에 주로 진출해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내를 방문하는 중동 관광객이 늘고 있고 이들이 사용하는 관광 금액이 전체 중국인이 소비한 금액보다 많은 만큼 적극적인 국내외 전략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통계를 보면 2010년 8만9292명이던 중동 관광객 숫자는 지난해 16만8384명으로 88.6%나 급증했다.
이들이 소비한 금액은 지난해 1인당 평균 364만원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250만원보다 110만원 이상 많았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할랄 시장 진출에 대한 시도는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화장품과 향수에 대한 별도 타깃 소비자 분명히 정하고 마케팅도 차별화해야만 늘어나는 중동 고객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