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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자동차의 긍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반면에 어두운 부분이 바로 간간히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다. 이는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가 본격적으로 장착되기 시작한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다. 운전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엔진이 굉음을 내면서 급격히 속도가 높아지는 가장 두려워 하는 사고다.
발생건수를 보면 전체의 약 95%가 휘발유엔진과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룰 때 발생하고 나머지가 경유엔진에서 발생한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유럽은 2대 중 1대가 경유엔진이고 전체의 과반수가 수동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여기에 한 템포 느린 여유있는 에코드라이브가 보편화되어 있고 법적인 체계도 다르다보니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사례는 적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급발진사고의 조건이 충족되고 운전방법도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등 '3급' 운전이 습관화돼 있어 더욱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여기에 전체 차량의 약 40%에 영상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어 의심되는 사고로 추정되는 영상이 알려지면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더욱 많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연간 자동차 사고 사고건수는 약 80~100건 정도가 신고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급발진연구회는 이의 약 10배인 1000건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약 80%는 운전자 실수로 추정되고 나머지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추정되니 약 200건 정도로 예상된다.
최근 앞뒤로 3회 반복되는 자동차 급발진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항상 습관적으로 결정짓는 운전자 실수로 볼 수 있는 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피해자 모임을 보면 너무나 억울하고 한을 품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단 한번도 재판에서 이긴 경우가 없었다. 법적 구조상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전문적인 결함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재연이 불가능한 이상 현상인 만큼 증거를 확보한다는 것은 어렵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에서도 흡기에서의 진공배력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을 발표했고, 미국에서 일부 전자제어 장치의 이상으로 확인한 것이 유일하다. 그러나 미국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인한 재판에서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와 달리 징벌적 보상제이고 재판 과정에서 운전자 측에서 언급한 자동차 결함을 자동차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자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결론이 유추되기 전에 중간과정에서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계속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모두 외면하는 사이 사망사고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억울한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남이 아닌 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나 또는 가족에게 제발 발생하지 않기를 비는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두렵다면 아예 차량을 운행하지 않거나 경유차, 수동변속기 등 가능성이 낮은 차량을 운행해야 한다. 비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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