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동남권 신공항, 정치적 역할은 선정 후가 더 중요

  • 이경태 세종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경태 세종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 시기가 한 발짝 다가옴에 따라 영남지역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그간 공고하게 유지됐던 영남권 벨트가 신공항 부지 선정 문제로 인해 분열의 위기에 직면한 것처럼 보인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자기 지역에 신공항이 유치되지 않을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운운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입지 선정 용역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언론과 시민들도 이에 동조해 지역 간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있어 심히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공항시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은 국민 생활에 편의를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점에서 각 지역에서 유치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은 대규모 SOC 사업 유치를 본인의 정치적 공약으로 내세운다. 매번 새로운 국회가 열릴 때마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SOC를 관장하는 국토교통위원회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SOC 사업은 그 자체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SOC 사업은 국민의 세금을 사용해 진행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지역 건설시장에 반짝 효과만 나타낼 것인지는 철저하게 그리고 전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특히 공항은 상당한 규모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으면 실패가 불 보듯 뻔해 보다 전문적이면서 투명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간 우리나라 공항은 상당 부분 정치적 입김에 의해 건설됐던 것이 사실이며 그 결과 이미 막대한 세금 낭비를 경험했다. 인천·김포·김해·제주 공항 등 을 제외하고 상당수의 공항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저비용항공사(LCC)의 활성화로 청주공항 등 일부 지방공항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대다수 지방공항은 여전히 한산하다. 심지어 김대중 정부 당시 추진됐던 김제공항은 수십년 째 부지만 매입해 놓고, 타당성 부족으로 공사 착수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남권 신공항이 성공하려면 부지 선정 평가를 전적으로 전문가 집단에 의뢰하고 평가절차를 투명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지난해 1월 영남 5개 시·도지사들이 정치적 결정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 입지 선정 방식에 대해 합의했던 것을 일반 국민들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수준의 공항 관리 및 운영 기술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공항 입지 선정에서 정치적 영향을 사전에 철저히 배제하기 위해 외국인 전문가에게 일을 의뢰했다. 어찌 보면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이는 철저하게 전문가적 관점에서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와 영남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싶다.

공항 건설과 운영은 경제성, 안정성, 기술적 합리성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매우 복잡한 지극히 전문적인 영역이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이미 지자체장이 합의한 대로 정치 논리가 아닌 전문적 관점에 의해 결정돼야 마땅하다.

후보 입지 중 어느 한 곳이 선정될 수밖에 없으니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한 지역은 당연히 서운할 것이다. 정치의 역할은 이때부터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최종 용역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서로룰 비방하고 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서운한 감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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