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중에는 기초 연산 학습교재를 몇 년간 풀어 온 아이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계산이 굉장히 빠르다. 전반적으로 수학 성적도 높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수학에 흥미를 잃는 아이들도 있다.
단순히 계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면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지만 숫자만 달라지는 연산 문제를 계속 풀게 하는 반복학습은 수학에 대한 흥미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즉,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연산 훈련이 몸에 배면, 문제를 정확히 읽지 않고 계산부터 하려고 하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차 깊어지는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학적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사고력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수학교육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사고력은 개념을 연결 짓는 확장을 유도해 수학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회에 따르면 한 가지 원리를 다른 원리에 적용하는 사고력이 있는 아이들은 연산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적용이 가능하다. 사고력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두고 공부를 해야 연산 능력도 더 쉽게 키울 수 있다는 의미로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데 필요하다.
교과서의 이름이 ‘산수’에서 ‘수학’으로 바뀐 것도 간단한 연산 기능보다는 수학적 사고력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실제로 '맘대로키워라 웹진 7호'를 보면 요즘 수학 교과서는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기계적인 연산’을 강조하지 않는다. 수학 공식을 찾아내게 하는 수학적 추론 능력, 스스로 문제 해결 계획을 세워서 문제를 순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수학적 문제해결력을 습득하게 한다. ‘사고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말’이나 ‘글’, ‘그림’, ‘기호’ 등을 아주 다양하게 사용해 다른 사람들과 표현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 표현 방법 간에 연결 짓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들의 사고 과정 역시 말과 글, 그림 같은 제한적 표현수단을 통해서 나타난다.

사각형의 넓이 구하는 방법을 예로 들어 보면, 교과서에선 여러 가지 사각형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서 넓이를 구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평행사변형의 넓이는 '(밑변)×(높이)', 사다리꼴의 넓이는 '{(아랫변)+(윗변)}×높이÷2' 등의 공식만 알면 될 것 같은데, 수학 교과서에서는 사각형을 자르고 옮기면서 공식을 찾아내는 과정을 강조한다. 그 공식이 나온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평행사변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만 기억하고 있는 아이는 평행사변형의 넓이 구하는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모양의 도형이든 직사각형 형태로 변형시켜서 넓이를 구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이해한 아이는 어떤 모양의 도형이든 넓이를 구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일반화된 원리나 법칙 등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수학적 추론능력’이다.
또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방법을 선택하고, 문제를 해결한 다음 그 과정을 돌이켜 보는 것이 ‘수학적 문제해결능력’이다.
어린이를 위한 수학교육연구회 남미선 교사는 “최근 사고력 수학이 주목을 받으면서 시중에는 서술형 문제, 수학 동화, 수학 교구 등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리를 이해시켜 새로운 개념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교재여야 한다”며 “연산에 편중된 학습이 아니라 수학의 전 영역을 골고루 학습해 통합적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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