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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서 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정현호(號)'가 수직적 당·청 관계를 공고히 하고 대야 공세를 강화할 경우 여야 협치는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은 10일 이러한 우려를 전하며 이 신임 대표에게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를 주문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당 비대위회의에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을 가장 측근에서 모셔온 분이기에 대통령에 대한 협의도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협조만으로 절대로 일이 성사될 수 없단 것을 인식하고 국회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이 대표의 역량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이 대표와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워낙 특수하기 때문에 우려가 있다"며 "이 대표가 청와대의 지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길을 택한다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심을 수렴해 대통령을 잘 설득하는 길을 걸어달라"며 "민심을 청와대에 잘 전달해 대통령과 청와대가 변화하는 역할을 집권당의 대표가 해달라"고 당부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인적 쇄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전당대회가 끝났기 때문에 대통령은 미뤄뒀던 전면개각과 청와대 쇄신에 지체하지 말고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당장 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4대 개혁(공공·교육·노동·금융 개혁)',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 등을 당·청의 공조로 밀어붙이면 여야 관계는 더 냉랭해질 수 있다. 여야가 대립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이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 수석 해임 문제도 시한폭탄이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이 대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있는데 우려하는 대로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복심 역할을 할 경우 여야 관계는 경색될 수 있고 야당도 더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차기 대권을 놓고 맞붙는 시기에 '흙수저·호남 출신'이라는 보수 정당 대표의 탄생이 야권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여권 텃밭인 호남의 예산과 인사 등을 챙기면서 대선 정국에서 표심을 파고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전주에서 비대위회의를 열고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책임 있는 제1야당으로서 결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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