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쳥년위원회]
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작년 말부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에 몸 담게 되면서, 공식 행사뿐만 아니라 사석에서도 청년과 관련한 많은 질문을 받는다. 소위 ‘요즘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단순한 질문부터 시작해 예전에는 이랬는데 하는 식의 과거 무용담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나면 이런저런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한민국 청년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똑똑하다. 그들에게 기성세대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프레임에 맞춰가라고 하는 것보다, 더 큰 새로운 세상에서 맘껏 성장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할 일이다”라고 답한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에 첫 발자국을 딛는 용기를 발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청년들은 망설이고 망설였을 그 시간을 뒤로 하고, 때론 예상하지 못한 곤란을 겪으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직은 서투르고 부족할 수 있으나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도 많다.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각자 자신의 선택을 믿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벅차오르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진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뭘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책임감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청년단체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자전거 캠프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3박 4일동안 약 200km를 종주하는 프로그램인데 3일차 되던 날인지라 학생들이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다소 지친 얼굴이었지만 누구보다 밝은 얼굴을 한 100여명의 청년들이 내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나는 다시금 미래에 대한 희망을 확신했다. 따가운 햇살 아래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누구 하나 멈추지 않았고, 자전거 타기가 능숙하지 않아 뒤처지는 친구가 있으면 서로 격려하고 곁을 지켜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떠민 것도 아닌데 스스로의 열정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계속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최근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둘러싼 논란이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 구슬땀을 흘리며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우리 청년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들을 평가하고, 가르고, 길들이는 것은 그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속도를 줄이게 하고 심지어 멈추게 할 수 있다. 벌써 취업성공 패키지에 참여하여 체계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던 38명의 청년이 청년 수당을 받기 위해 이를 포기했다.
더 큰 문제는 멈춰 선 청년들을 지켜보는 다른 청년들이다. 다 같이 앞만 보며 열심히 뛰다가 무리에서 벗어난 일부 친구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심정은 어떨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나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이런 분위기가 팽배해지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큰 댐도 작은 구멍으로 무너진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 청년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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