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은 17일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 III 배치 2) 3척,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타고급 구축함 2척, 미 해군의 신형 구축함 1척 등 모두 6척에 BL 9을 장착하는 4억9000만달러(약 5359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은 “BL 9이 탄도미사일을 추적, 요격하면서 동시에 항공기 등을 상대로 한 대공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며 “이지스함의 통합 대공·미사일 방어(IAMD) 능력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스 전투체계는 탄도미사일 방어를 수행할 수 있는 통합된 함정 대공 방어망이다. 레이더(SPY-1D)를 통한 표적 탐지 및 추적, 표적 결정 및 무장 할당, 미사일 교전 계획 수립 및 수직발사체계에서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후 유도시스템 가동, 교전 평가 등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 이후 도입하는 차세대 이지스함에는 BL 9이 탑재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추적, 요격하면서 동시에 대공전을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전투체계를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도 BL 9에서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SM-3의 가동이 가능하다. 군 안팎에서 BL 9 탑재 이후 SM-3까지 도입될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앞서 우리 해군이 지난 5월 차세대 이지스함에 모든 SM 계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체계를 장착한다고 발표한 것도 SM-3 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SM-3는 한 발에 150억원이라는 비용이 문제이긴 하지만 배치만 된다면 종말 단계에서 북한 미사일을 잡는 사드나 PAC-3보다 확실한 방어체계”라며 “실질적인 다층방어체계 구축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SM-3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보다 높은 곳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초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다. 요격 고도는 최대 500㎞이며, 최근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에 성공한 SM-3 블록 2A는 1200㎞까지 늘어났다.
사드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의 최대 요격 고도는 각각 150㎞와 40㎞로 모두 적 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식이지만 SM-3는 상승 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고각(高角) 발사 이후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SM-3가 우리 군에 실전 배치되면 초고고도(SM-3)-고고도(사드)-하층(패트리엇) 등 총 3겹의 다층방어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아울러 바다 위 이지스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땅 위에서 발사되는 사드에 비해 이동이 용이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목표지점을 정해놓고 타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 군 당국은 SM-3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사드에 이어 SM-3까지 도입할 경우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BL 9이 있어야 SM-3 발사가 가능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로선 SM-3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차세대 이지스함이 배치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SM-3 도입 여부를 검토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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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 레이시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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