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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서 지도부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빈손’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같은 지적을 애써 외면하며 국회법에 ‘국회의장의 중립의무’를 명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세워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상임위원장단·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국회의장의 중립성 확보 차원의 국회법 개정에 더불어민주당도 빨리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발전의 역사는 국회의장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대의 역사”라며 “원내다수당 출신의 의장이 중립성 강화하기 위해 당적 이탈제도까지 생긴 가운데 20대 국회에서도 이런 노력들이 중단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이 국회의장이 되든 정파·편파·당파적 운영을 계속한다면 누가 그런 의장을 존경할 수 있겠냐”며 “의장이 심판이길 거부하고 선수로 뛰고자 하면 여당은 심판과 한편이 된 야당과 시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의장 사퇴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추진본부장을 맡았던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 의장으로부터 합당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국회 정상화와 민생 현안을 챙기기 위해 복귀를 결정했다”면서 “이번 투쟁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회의장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서 의회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의장의 중립성만 보장이 된다면 (새누리당이 진행 중인)형사고발이나 권한쟁의심판 등 이런 것들도 모두 철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 이토록 국회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연말 국회에서 정 의장의 재량권을 최소화하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국회법 85조는 예산안의 자동부의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한 상정 권한과 예산 처리를 위한 필수 조건인 세입예산안의 부수 법률 지정 권한을 국회의장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새누리당의 이같은 제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는 ‘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반면, 국민의당은 고려해 볼 가치는 있지만 현재로선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제안에 대해 "얘기할 가치도 없다“며 "여당에서 의사진행의 중립성을 말하는 건데 의장은 심판이 아니고 사회자다. 그냥 법에 정해진 의사진행을 하는 것이기에 사상과 신념의 중립을 지키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지금 국회가 잘 됐는데 (국회법 개정안을)가지고 티격태격하면 되겠느냐"면서 "지금은 좀 더 국감에 매진하고 3당 대표들이 한번 논의해보자는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어느 당에서 누가 국회의장이 될지 모른다. 법조문에는 당적 이탈 조항만 있고 중립성 의무가 없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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