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지형 바꾸는 밀레니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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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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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젊은 흑인 공동체 지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지출을 아끼고 위험 부담을 꺼리는 “대침체가 낳은 자식” 밀레니얼 세대가 미국의 경제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즈(LAT)가 보도했다.

LAT는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 역사상 가장 교육 수준이 높고 인종 다양성도 확대됐지만 가장 소극적이며 어찌 보면 너무 응석받이로 자랐다고 전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는 약 7500만 명으로 미국의 최대 인구층이자 베이비부머 이후 가장 영향력이 큰 세대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 부담에 시달리는 등 경제적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이들의 영향력 확대는 무척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35세 이하 밀레니얼 세대가 앞으로 수십년 간 미국의 경제 지형을 형성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LAT는 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 성인이 됐다는 특수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과거 세대와 구분되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며 이는 미국의 미래 성장과 번영에 도전과제를 제시한다고 지적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첫번째 특징은 하나는 전통적인 측면에서 지출을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물건을 구입하고 모으는 것보다 경험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순간을 포착한 셀카 한 장은 부모에겐 새로운 차나 고급 시계를 사는 것만큼 부러움의 대상이다.

밀레니얼이라는 용어를 만든 이코노미스트이자 인구학자인 네일 호위는 이 같은 현상이 미국의 과시적 소비를 재정립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물리적 부를 과시하기보다는 여행, 취미, 매끼 식사 등을 사진으로 찍어 SNS를 통해 과시한다는 것이다.

호위는 “만약 당신이 식도락가라면 밖에 나가서 훌륭한 식사를 마친 다음 그것이 좋으면 그것을 전시해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식당이 호황을 누리고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배경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미닉 아드릭스(29)의 경우 올해에만 헤브루어, 유리공예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최근에는 보컬 강의를 듣고 있다. 그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해보고 싶은 게 많고 내년에는 쿠바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LAT는 우선순위의 변화로 밀레니얼 세대들은 일에 중독된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보다 만족스럽고 균형잡힌 삶을 산다는 느낌을 준다고 풀이했다. 다만 소비자지출이 경제성장의 2/3를 기여하는 미국 경제로선 이 같은 현상이 결코 반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또다른 특징은 과거 세대에 비해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밀레니얼 세대를 “금융위기가 낳은 자식들”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치솟는 주거비와 교육비로 인해 밀레니얼 세대는 재정적으로 커다란 부담을 떠안고 있다. 또한 미래 소득 증가에 대한 기대도 낮기 때문에 선뜻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지 않고 미룬다. 결과적으로 젊은층의 주택 구입률은 떨어지고 이는 주택시장 둔화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LAT는 밀레니얼 세대의 또 다른 특징으로 위험 부담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전 연령층에서 창역 비율은 10~20년 전 대비 높아졌지만 20~34세 그룹은 유일하게 예외인 것으로 카프만재단의 연구에서 확인됐다. 따라서 신생기업들의 구성비도 달라져서 20년 전 미국 신생 기업가의 34%가 34세 미만이었지만 이제 그 비율은 25%까지 떨어졌다.

카프만재단의 알노비오 모렐리 애널리스트는 “이것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타트업은 경제의 역동성을 대표하는데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하지 않는 현상은 향후 고용 및 생산성 문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진 트윈지 심리학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과거에 비해 창업보다 평생직장을 갖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와 학교가 밀레니얼 세대에 승리보다는 참여를 강조하면서 보호하려는 환경을 제공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이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들은 스스로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타 연구들은 베이비부머가 “나”를 강조한 세대였다면 밀레니얼은 공동체 심리가 강한 “우리”를 강조한 세대라고 말한다. 밀레니얼은 기존 세대에 비해 전통적인 정치에 관심이 적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 보호에 관심이 많아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이 그 어느 때보다 인종적 다양성이 확대되고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밀레니얼은 인종 및 남녀 차별이나 소득 불균형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훨씬 민감한 특징을 갖는다. 동성애자에 대한 권리 역시 당연하게 여긴다.

TIAA 글로벌자산운용의 에이미 오브라이언 이사는 밀레니얼 세대가 월가점령 시위에 참여한 데 그치지 않고 환경, 사회, 거버넌스 문제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기업윤리를 무척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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