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승일[사진=원승일]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내년 성장률 2%대 중반’, ‘청년실업률 8.2%’ ‘소비자물가 상승률 1.3%’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들이다.
경제성장률은 오르고, 실업률은 낮아져야 살 만한 사회가 된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한다. 그런데 정작 와 닿지는 않는다.
조선업의 한 협력업체 직원은 들어오던 월급이 몇 달전부터 밀리더니 어느 순간 내 일자리가 없어졌을 때 실업을 실감했다고 했다.
최근 시장에서 장을 본 한 가정주부는 영수증에 찍힌 지출액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아니 저물가 맞어?’
정부가, 각 연구기관이 경제지표들을 내며 경제 전망을 하지만 정작 우리네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몇 % 포인트 성장률이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 내 월급 끝자리 수의 등락 여부가, 아이 분유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내일 출근했을 때 내 책상이 있는지가 더 궁금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 정부는 수치에 매몰돼 있는 듯하다.
내년 성장률 3.0%, 내년까지 일자리 20만개 창출은 그래도 가능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물론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 요즘처럼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위기감 고조보다는 안심을 시키는 게 제 본분을 다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숫자에 숨어 현실을 가리는 것은 직무유기다.
실제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솔직히 털어놓고, 달성 가능한 현실적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서민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였던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9월 한 세미나에서 “한국이 저성장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디턴 교수는 수십년 간 고도성장을 해 온 한국의 빈부격차가 커지고, 청년실업이 확대되는 것은 성장에 집착한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정부는 낮아지는 성장률을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상황에 맞는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몇 %의 수치를 올리는 일보다 청년 한명을 더 인재로 육성하고, 그가 들어 갈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더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더디지만 꾸준히 노동·교육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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