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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특파원들과의 고별회견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이달 말로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을 퇴임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강한 대권 의지를 드러내면서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월 중순 귀국하는 반 총장의 향후 정치적 거취가 대선 구도를 흔들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반 총장은 20일(현지시간) 한국특파원들과의 고별회견에서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 복리·민생 증진을 위해 제 경험이 필요하면 몸을 사리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며 "73살이지만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저는 알 수가 없다"는 말로 기성 정치권을 질타했다.
이 같은 반 총장의 발언은 이른 바 ‘제3지대’를 둘러싼 정계개편론에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분당이 현실화된 가운데, 반 총장의 국내정치 입문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제3지대’를 둘러싸고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는 "비박계가 당을 나가 제3지대에서 반 총장 등을 영입하고, 친박계가 중심이 된 새누리당은 대선 직전에 비박 탈당 그룹과 연대하는 보수대연합을 도모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개헌과 연정을 토대로 안철수-손학규-반기문 등 3자 경선이 제3지대에서 이뤄진다면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이후 개헌 논의가 기대만큼의 큰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반 총장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제3지대 후보론이 상당 부분 빛을 바랬다.
집권여당의 친박 후보를 내심 기대했던 반 총장의 스탠스가 탄핵 정국으로 어정쩡해진 셈이다.
반 총장은 '최순실 사태'와 박 대통령 탄핵상황, 그리고 국민들의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국민이 선정(善政·good governance)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관계 개선 여지를 남겨뒀다.
한편으로는 친박 진영의 물밑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 친노(친노무현) 인사들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정치적 공격'이라고 되받으면서 자신은 결코 '배신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외교 무대에서 '새마을운동'을 호평한 데 대해서는 "특별한 지도자를 찬양한 것은 아니고 느끼고 들은 바를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이번 고별기자회견에서 '기름장어'라는 자신의 별명대로 난해한 질문들에 대해선 노련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 총장은 1월 중순 귀국 후 “황교안 권한대행을 예방해 귀국신고를 하겠다"고 밝혔고, 국내 '반기문 재단'의 설립 가능성에는 "아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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