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오는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당의 후보 경선이 치열한 가운데 유통업계는 때아닌 규제에 발목이 잡힐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둔 각 당이 영세 상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과 영업규제를 강화한 유통산업발전법 손질에 나설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관련기사 18면>
27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 국회에 발의된 유통규제 법안(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2개에 달한다.
개정안 대부분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월 2회 시행 중인 의무휴업을 최대 월 4회, 매주 일요일로 확대하거나 교외 아웃렛이나 대형복합쇼핑몰도 휴일 규제에 포함시켰다. 또 연중무휴인 면세점을 비롯해 편의점도 밤 12시 이후 심야영업을 규제하도록 했다.
전통시장 등 중소상인,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이나 대선을 앞두고 서민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이후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을 강제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만 해도 정작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찾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설도원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상근부회장은 “영업시간 규제로 지난 5년간 대형마트 매출은 21% 줄었지만 중소상인 매출도 105조7000억원에서 101조원대로 감소했다”며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의 실효성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정안의 89%(19건)가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을 규제하는 내용이어서 기존 업체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유통업은 인구수 대비 점포가 포화 상태로 신규 출점 규제는 상위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다”며 “실제 2012년 유통산업에 규제가 가해진 이후 대형마트 상위사업자인 이마트의 점유율은 지속 증가 추세”라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는 정치권의 유통산업 규제와 개입 자체가 부적절하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산업이 부처 간 장벽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 균형된 정책 부재 등으로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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