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 위기가 가중되면서 동반진출 협력사와 연관업체 800여곳의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윤태구·윤정훈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 위기가 가중되면서 동반진출 협력사와 연관업체 800여곳의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이 국내 유통·관광업계를 넘어 대기업과 부품업체에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설영흥 현대차 고문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대로 가면 중국 내 (현대·기아차)협력사 770개는 문을 닫게 생겼다"며 "우리는 대기업이라 어떻게든 버티는데, 협력사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현대·기아차는 통상 해외공장 건설 시 1~2차 협력사 수십곳과 함께 동반 진출한다. 현재 현대차는 중국 내 베이징 1~3공장, 창저우 4공장 등 4개 승용 공장과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공장 등 총 5개의 현지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는 옌청 1~3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는 올 하반기 연산 30만대 규모의 충칭 5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향후 판매 추이에 따라 완공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주요 협력사는 100곳이 넘는다. 여기에 2~3차 협력사와 자동차 부품 외 연관업체가 800여곳이나 된다.
이들 업체에 현대·기아차의 위기는 곧 생존의 문제다. 당초 현대·기아차는 중국 국영기업들(북경기차, 동풍열달기차)과 합작 형태로 운영돼 사드 여파가 덜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새 이 같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15년 중국 진출 1~2차 협력사들의 영업이익률이 3%였고, 지난해는 잠정적으로 2.5%대로 나타났다”며 “올해는 1월부터 손실이 커지고 있어 영업이익률이 더 낮아질 텐데, 사태가 길어지면 이자도 감당하지 못해 도산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들은 당장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섀시를 만드는 A 부품사는 "현대·기아차 납품 물량만 60%에 달한다"며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트를 만드는 B 부품사는 "아직까지 큰 영향은 나오지 않았지만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일찌감치 중국 로컬업체 납품처를 확보한 곳은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전장 부품을 만드는 C사는 "현대·기아차 외에 중국 로컬업체로 납품처를 늘렸다"며 "아직 큰 영향은 없지만 고객 다변화 등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 최측근인 김용환 기획조정실 및 비서실 담당 부회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 사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뉴욕모터쇼에 참가 중인 정의선 부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는 대로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임영득 대표가 최근 중국 현지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베이징, 상하이, 톈진, 장쑤, 창저우 등에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중국 매출비중이 약 26%에 달한다.
이에 대해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12일 한중친선협회 주최 만찬에 참석, "중·한 안보 협력은 한·미 안보협력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동차만 집중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향후 사태 추이에 대한 해결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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