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中企’ 없는 한국…가업상속세 앞에서 좌절

  • 문 정부 가업상속 문턱 높아지나··· 100년 명문 장수기업 ‘관심無“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꽃다발을 건네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들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혁신창업이 경제정책의 중심에 섰다. 정부가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도 사실상 '일자리 대책'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는 사이, 일자리를 ‘유지’하는 기업의 속앓이는 커지고 있다. 환영 받는 신생기업에 대한 지원은 늘어난 반면, 장수기업은 오히려 역차별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는 어느새 금기어가 된 ‘부의 대물림’이라는 족쇄 때문이다.

◆가업상속 문턱 높아지나··· 100년 명문 장수기업 ‘관심無“

문재인 정부 출범 석달도 안 돼 발표된 '2017 세법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요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이 넘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가업을 상속할 때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주는 제도다.

세법개정안에는 기존 문턱을 높이는 조항을 추가했다. 중견기업에 한해 사업상속인의 가업상속재산 외 상속재산이 가업상속인이 부담하는 세액의 1.5배보다 많으면 공제제도를 적용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 요건은 2019년부터 적용된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척박한 경제생태계 속에서 오랫동안 탄탄한 경영을 이어가며 일자리를 존속해 온 중소‧중견기업만 찬밥 신세가 됐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이미 예견된 사안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부의 대물림’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고, 청년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부각되던 시점에 출범한 정부인 만큼 ‘공공·대기업 중심 양질의 일자리’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경제계 인사는 “장수기업이 되기 위해 안정적 경영을 이어가려는 기업은 혜택을 더 줘야 한다”며 “이런 기업은 ‘대기업’이 아닐지라도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현재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보다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시선이 쏠려 있다.

정부는 향후 3년간 30조원을 투입해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스톡옵션 비과세 특례를 11년 만에 부활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사업을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은 123만5195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34.9%를 차지한다.

반면 한국무역협회의 ‘국제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 현황 점검’ 보고서를 보면, 국내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로 유럽연합(EU) 주요 5개국(42%)보다 한참 낮다.

5년을 넘은, 특히 10년 이상 된 중소기업이 일자리의 안정성이 더욱 높고 경영이 안정돼 있다는 의미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상속기업과 일자리 보존이라는 사회적 이익의 실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있는 공제제도 활용도 어렵다··· 경영존속 초점 맞춰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본 기업이 100곳을 넘긴 적은 한번도 없다. 가장 많은 건수가 나왔던 해는 2013년 70건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연간 62건, 858억7200만원 정도다.

가업상속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독일의 경우, 공제결정 건수가 2014년 2만955건, 2015년 2만4006건이다. 공제금액도 2015년 567억8000만 유로, 약 73조4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적게 받는 이유는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공제적용 대상은 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인 중소‧중견기업으로서 10년 이상 경영을 한 기업이어야 한다.

피상속인은 지분이 50% 이상(상장법인은 30%)이어야 한다. 공제금액은 10년 이상 200억원, 15년 이상 300억원, 20년 이상은 500억원이다.

여기에 중견기업의 경우,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상속세 납부요건 신설 및 공제한도 가입영위기간 조정 등을 포함해 향후 공제적용이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에 중견기업의 경영 연속성을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 부연구위원은 “기업영속성과 종사근로자 고용안정 측면에서 공제요건 강화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중소‧중견기업이 활성화돼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선순환을 위해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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