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숨진 신생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 검출된 항생제 내성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모두 같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균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일치하는 건 감염 원인과 경로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염원으로 의심받는 건 세균에 오염된 수액이다. 수액은 미숙아 영양 공급에 쓰인다. 전문가들은 이대목동병원에서 사용한 수액이 시트로박터 프룬디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경우 수액이 제조 공장에서 오염됐다고 보기보다는 병원에서 신생아 몸무게에 맞춰 용량을 나누는 과정에서 균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대목동병원이 외부 전문가로 꾸린 ‘원인조사팀’도 18~19일 양일간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사망 신생아 4명이 심정지가 오기 전 똑같은 종합영양수액과 주사제를 맞은 것을 확인했다. 다만 같은 수액을 맞은 미숙아 가운데 생존한 아이도 있어 사망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시트로박터 프룬디에 감염된 상태에서 진료를 하다 균을 옮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균은 주로 의료 관련 감염으로 옮겨지며, 과거에도 의료진 손을 통해 전파돼 유행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사람의 장에 존재하는 데 건강한 성인에겐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신생아나 환자에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신생아에서는 중추신경계 감염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의료인을 통해 신생아에게 균이 옮겨졌을 경우 짧은 시간에 사망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쓰이는 용품을 통해 세균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국내 한 대형병원에서는 환자복과 침대보 등을 감싸는 천(리넨)에서 슈퍼박테리아로 발전할 수 있는 원인균이 다량으로 나온 적이 있다.
경찰은 현재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의무기록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19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방대한 분량의 전자의무기록을 확보했다.
경찰은 모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건 당일과 더불어 산모 입원부터 신생아 사망 때까지 어떤 진료가 이뤄졌고, 어떤 처방과 약이 투여됐는지 등이 그것이다. 일부 신생아에게 이뤄진 모유수유 임상시험이 문제가 됐을 것이란 의혹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전문적 영역에서 벌어졌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먼저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뒤 과실 규명 차원의 기초 증거자료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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